[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가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74)·아르헨티나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54) 등과 같은 반열로 성큼 성큼 올라가고 있다.
메시는 2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전(1-0 승)이 끝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조별리그 3경기에 이은 네 번째 MOM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전까지 총 56경기를 마칠 때까지 자신이 치른 모든 경기에서 FIFA MOM을 차지한 선수는 메시가 유일하다.
메시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 중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는 팀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집으로 돌아갔고,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없고 있는 브라질의 '차세대 슈퍼스타'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는 조별리그와 16강전 등 4경기를 치르는 동안 FIFA MOM을 두 번 받았을 뿐 예상 외로 위축된 모습이다.
아쉬운 것은 이날 스위스전에서 메시의 골대포가 침묵했다는 점이다. 메시는 지난 조별리그 경기마다 결정적인 순간 꼭 한 방씩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3차 나이지라전(3-2 승)에서는 멀티골까지 기록했다. 3경기 연속골 기록은 '부록'이다.
메시는 이날 4경기 연속골 기록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스위스의 집중마크에 꽁꽁 묶여 연속골 행진을 '3'에서 멈추고 말았다. 후반 23분 모처럼 시도한 날카로운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난 것이 뼈아팠다.
그러나 메시는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연장 후반 13분 센터서클 주변부터 상대 수비수들을 가볍게 제치며 페널티 박스 앞까지 드리블한 메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비어있던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미드필더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에게 바로 연결, 극적인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네이마르가 지나친 골 욕심을 부린다는 혹평을 듣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ㅇ다.
메시와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유난히 박한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메시에게 양팀에서 가장 높은 평점 7점을 부여했다.
물론 메시 외에 아르헨티나의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24·스포르팅)에게 같은 점수를 주고, 패한 스위스의 '에이스' 제르단 샤키리(23·바이에른 뮌헨)·골키퍼 디에고 베날리오(31·볼프스부르크)등 무려 6명에게도 역시 똑같은 점수를 매기면서 메시를 사실상 깎아내리긴 했다. 하지만, 오늘 결승골을 기록한 디 마리아가 6점인 것과 비교해보면 메시를 높이 평가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스카이스포츠가 아르헨티나의 이벌 월드컵 4경기에서 모두 메시에게 최고 평점을 부여했다는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이다
영국의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메시에게 최고 평점인 9.4점을 주며 MOM으로 뽑았다. 메시는 이 사이트에서 4연속 MOM에 올랐다.
골닷컴 영국판도 메시에게 스위스의 베날리오와 함께 가장 높은 평점 8점을 주었다.
물론 메시가 펠레·마라도나의 반열로 나아가는 데 많은 걸림돌이 있긴 하다.
그 중 가장 큰 문제가 아르헨티나의 무딘 공격력이다.
지난 수년 간 리그와 유럽 클럽 대항전 등에서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며 FFA 발롱도르상을 나눠가져온 메시와 호날두이지만 펠레·마라도나 등과 동급이 되기에 2%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바로 2006독일·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나란히 부진했던 탓이다. 이들은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우뚝 서고자 했다.
두 사람 중 메시가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바로 아르헨티나에는 포르투갈에 없는 다양한 공격루트 때문이다. 상대 수비수들이 메시에 대한 집중마크에만 치중할 수 없게 돼 메시가 좀 더 자유롭게 골사냥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개막 전까지 메시 외에도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세르히오 아궤로(26·맨체스터 시티)·디 마리아 등 가공할 화력을 바탕으로 브라질에 이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약한 수비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이 시작된 뒤부터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발 끝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2013~2014시즌 소속팀에서 근육 부상에 시달려온 아궤로는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고, 급기야 근육 부상이 재발해 지난 조별리그 3차 나이지리아전 전반 35분 교체 아웃됐다. 스위스전에도 출전하지 못해 부상으로 인한 '월드컵 아웃설'이 힘을 받고 있다.
이과인 역시 1차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1 아르헨티나 승)에서 도움 1개를 기록했을 뿐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는 메시(4골) 외에 로호(1골)·디 마리아(1골) 등 2명 뿐이다.
메시만 꽁꽁 묶어놓은 뒤 역습을 시도하면 승산이 아예 없지 않다는 사실이 지금까지의 4경기에서 입증되면서 메시가 조별리그에서 '원맨쇼'하다 쓸쓸히 돌아간 호날두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게 됐다.
다만 메시는 아주 좁은 틈새도 벌려 반드시 골 기회로 만들어낸다는 점 또한 이들 4경기를 통해 확인된 것은 고무적이다.
어쩌면 이토록 침체된 팀을 메시가 결승으로 이끈다면 메시의 가치는 더욱 더 폭등, 펠레와 마라도나를 아예 넘어서는 세계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의 자리를 굳힐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 메시는 오는 6일 오전 1시 브라질리아·에스타지우 나시오날에서 열릴 8강전에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벨기에부터 잠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