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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WC]떠나는 별, 떠오르는 신성

박철호 기자  2014.05.30 07: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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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매 4년마다 지구촌을 들썩이는 월드컵에는 돌아서는 스타와 막 떠오른 신예가 어우러져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긴다.

개막을 눈앞에 둔 2014브라질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축구를 호령한 당대의 스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는가 하면 현재의 명성에 도전하는 신예들이 당찬 출사표를 품고 있다.

잉글랜드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34·리버풀), 네덜란드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대표적으로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다.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벨기에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23·첼시) 등은 첫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떠나는 노장

잉글랜드 대표팀의 '캡틴' 제라드는 생애 세 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로이 호지슨(67) 감독은 지난 12일 23명의 잉글랜드 최종 엔트리를 공개하면서 제라드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2회 연속 대표팀을 이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면서 오랫동안 주장 완장을 차 온 제라드는 이로써 클럽과 대표팀 모두에서 주장을 맡았다.

영국 현지 언론은 제라드가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예선까지 뛰고도 갑작스런 사타구니 부상으로 정작 본선을 밟지 못했던 제라드는 이후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맹활약했다. 2006독일월드컵과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매 대회 1골씩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토너먼트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크로아티아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혼자서 2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의 5-1 대승을 이끌었던 경기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제라드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제라드는 이번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2골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탰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대표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조국 네덜란드의 월드컵 우승 한(恨)을 풀고자 한다.

판 페르시는 지난 14일 발표한 브라질월드컵 대비 네덜란드 예비 엔트리 30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네덜란드는 아직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지 않았다.

판 페르시는 아르옌 로벤(30·바이에른 뮌헨)·예레마인 렌스(27·디나모 키예프)와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항상 세계 최정상의 전력으로 평가받고서도 월드컵·유로 등 주요 국제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네덜란드의 운명처럼 판 페르시 역시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품지 못했다.

국가대표로 첫 출전한 2006독일월드컵 때는 포르투갈에 밀려 16강에서 탈락했고,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결승전까지 진출했지만 '무적 함대' 스페인에 가로 막혀 우승의 꿈을 접었다.

▲떠오르는 신예

브라질 대표팀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는 '축구 황제' 펠레(74·브라질)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고국에서 열리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보인 네이마르는 '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알렉산드르 파투(25·상파울루)를 비롯해 몇몇 선수가 '신성' 타이틀을 달았지만 대부분 반짝거리다가 이내 사라졌던 것과는 궤가 다르다.

원조 '축구 황제' 펠레(74)가 "메시를 뛰어넘는 완벽한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로 기대감이 남다르다.

18살의 나이로 2010년 미국과의 친선 경기에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네이마르는 지금까지 A매치 47경기에 출전해 30골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 가운데 최다득점이다.

브라질의 2011년 코파 아메리카 준우승·2012런던올림픽 은메달 등을 이끌었고 지난해 월드컵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2013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드디어 국제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총 5경기 가운데 매 경기 득점포를 쏴 올리며 골든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네이마르는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선정한 '브라질월드컵에서 주목할 22세 이하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벨기에국가대표팀 마크 빌모츠(45) 감독은 스타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23·첼시)를 두고 "프랑스 축구 영웅 지단과 같다"고 말했다. 첼시의 상징적인 존재 존 테리(34·잉글랜드)는 "월드 클래스"라고 격찬했다.

'제2의 황금세대'의 영광을 준비하고 있는 벨기에의 공격은 아자르의 발끝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아자르는 2010~2011시즌 역대 최연소 최우수선수(MVP)로 꼽히며 프랑스 리그를 지배했다. 이듬해인 2011~2012시즌에는 정규리그 35경기에서 20골을 넣으며 2년 연속 MVP에 선정됐다.

이 같은 맹활약을 바탕으로 2012년 6월 드디어 '빅 4(포)'라고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첼시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첼시는 그를 이적시키기 위해 350만 파운드(약 610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첼시에서의 이적 첫 시즌도 성공적이었다.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4골 20도움을 올렸다. 첼시에서의 두 번째 해인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33경기에서 14골을 넣어 득점 7위에 랭크되는 등 첼시가 우승 경쟁을 벌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다만 클럽에서의 폭풍 성장과 비교해 A매치에서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이 유일한 흠이다. 2008년 룩셈부르크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해 6년 간 총 42경기에 나서 5골을 기록 중이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브라질월드컵이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