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과도 같은 박지성(33)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모두가 포스트 박지성을 찾고 있는 가운데 구자철(25·마인츠)이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구자철은 15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소집훈련을 앞두고 마련된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지성이형을 존경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는 (우리 팀에)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표 선수 각자가 소속팀에서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이 은퇴한 뒤 대표팀에서 어떤 리더가 필요하다고 느끼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성이형을 떠올렸을 때 어떤 리더의 모습이 가장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운동장 안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그런 모습들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 모두가 알고 있고,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들을 잘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구자철은 계속해서 박지성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더이상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 이야기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현재 대표팀에서 '박지성'격으로 추천할 만한 선수를 묻는 질문에도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다.
구자철이 전한 말은 전날 은퇴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이 남긴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자리에 없는 박지성을 운운하는 것이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성은 "포스트 박지성이라고 얘기할 만한 선수는 없다. 예전에 거론되던 선수들은 이미 나의 이름을 지운 지 오래다. 각자의 이름을 갖고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가 필요없다. 이미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다.
아들 이야기에 환한 미소를 회복한 구자철은 "아들 얘기를 하니 말문이 막힌다. 여기 와서도 집에서 사진을 보내줘 이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NFC에 입소한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스승의 날을 맞이해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스승의 은혜'를 불러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구자철은 "어제 고참 형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의를 하는 가운데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을테니 꽃과 진심을 다한 노래를 불러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의 지도 스타일을 비교해 달라는 주문에 그는 "홍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좀 더 있고, 김태영 코치는 선수들과 호흡을 많이 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들이 갖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김태영 코치님과 대화를 더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구자철은 올림픽대표부터 국가대표까지 홍명보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다른 감독들과 달리 특별한 감정을 느낄만 하다.
그는 "특별함보다는 항상 많은 것을 코칭스태프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아무래도 스승의 날이라는 게 그런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날이다 보니 노래를 부르며 다 같이 표현을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H조의 엔트리 발표에 대해 그는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경기장 안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고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에 대해 분석을 해서 준비를 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코칭스태프가 완벽하게 준비를 해준다.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라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얼마만큼 우리의 축구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느냐에 대해 가장 중점을 둬 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며칠째 가벼운 훈련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다고 전한 구자철은 "홍 감독님의 의중은 모든 것을 놓고 일단 '쉬어라, 즐겨라'라는 뜻인 것 같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할 것이다'고 말하는 것 같다. 선수들도 개별적으로 각자 다음주를 대비해서 몸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음주부터 진행될 본격적인 훈련을 예고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주변 평가에 대해서 구자철은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면 마치 주장 선거가 되는 것 같다"면서 "만일에 내가 주장이 된다면 주장에 관련된 이야기를 진실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