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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WC]홍명보호의 지원스태프들..하루 3시간밖에 못자도 '뿌듯'

박철호 기자  2014.05.07 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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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2회 연속 원정 16강 진출을 노린다. 더나아가 8강도 넘보고 있다.

국민들과 매스컴의 관심이 모두 홍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에 쏠리는 가운데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있다.

축구대표팀에는 의료·장비·조리·분석·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지원스태프가 있다. 월드컵을 앞둔 이들은 선수단 못지 않은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모든 초점을 대회에 맞추고 있다.

선수단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조력자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지원스태프 미디어데이를 열고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차윤석 장비담당관

차윤석(35) 장비담당관은 축구대표팀이 사용하는 모든 의류와 장비 등을 관리하는 책임자다. 단순히 장비를 담당하고 챙기는 '짐꾼'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느 담당관보다 세심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류의 경우, 선수들 개개인의 사이즈와 취향이 모두 달라 맞춤형으로 준비해야 한다. 일부 선수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차 담당관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손수 가위질도 한다.

차 담당관은 "선수들의 스타일이 대부분 다르다.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며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차 담당관이 책임져야 할 짐의 양은 무려 3.5톤에 달한다. 큰 가방만 70개 가량이다. 각종 의류와 훈련 장비를 모두 챙겨야 한다. 의류가 전체 짐의 80%에 해당한다.

그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거나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런던올림픽은 일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지만 좋은 성적을 냈기에 가장 기뻤고,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이어 "많이 드러나는 역할을 아니지만 꼼꼼하게 선수들을 챙기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양대 체육학과 출신인 차 담당관은 대학교 4학년 대학 시절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2010년부터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월드컵은 이번이 3번째다.

4살과 3살짜리 두 아들을 둔 차 담당관은 "합숙이 많다 보니까 가족들의 기념일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잔디 박사' 신동수 NFC 관리팀장

신동수(42) NFC 관리팀장은 트레이닝센터 그라운드의 잔디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항상 잔디에 심혈을 기울인다.

원래 NFC의 관리용역 업체인 골프장 잔디 전문가로 일하다가 2009년에 협회에서 영입한 경우다. 잔디 전문가다.

몇 해 전, FA컵 결승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가 모두 얼었을 때, 각종 장비를 동원해 잔디를 살려낸 일화는 유명하다.

신 팀장은 "파주와 달리 브라질월드컵에서 밟게 될 잔디들은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해 무른 상태로 볼 수 있다"며 "미끄러지는 경우가 잦을 수 있다. 현지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팀장은 이번 대표팀의 주축들과 인연이 깊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이기도 한 선수들이 17세 이하(U-17) 대표팀에 있을 때부터 함께 했다.

신 팀장은 "오랫동안 봐 온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이곳에서 최대한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브라질에 가지는 못하지만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들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경기를 치를 경기장의 잔디를 미리 파악하고, 배수 시설 등을 점검해 홍명보호가 출국할 때에 맞춰 코칭스태프에 전달할 예정이다.

▲황인우 의무팀장

황인우(41) 의무팀장은 '대표팀의 마법사'로 불린다. 런던올림픽 때, 어깨 부상을 심하게 당한 골키퍼 정성룡을 회복시켜 일본과의 3~4위전에 뛰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재활트레이너 팀장과 부상선수 치료 및 운동 관리를 모두 맡는다.

브라질월드컵과 앞서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필요한 장비들을 모두 체크했다. 황 팀장은 "기온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지훈련을 하는 마이애미와 달리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는 선수들이 춥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기후와 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온열매트 등도 빠지지 않게 챙겼다"고 했다.

자칫 선수들이 큰 대회를 앞두고 다치거나 아플 수 있기에 누구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황 팀장이다.

부상 선수들의 옆에 있기에 사실 가장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 팀장은 "경기가 시작하면 일단 선수들에게 모든 집중을 쏟는다. 다치면 최대한 빠르게 선수를 향해 달려가면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며 "정확한 부상 부위와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성룡을 회복시킨 일화에 대해선 "선수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 치료를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다"며 "선수들이 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와 지도자와 의무팀이 얼마나 공감하느냐 등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박주영(왓포드), 기성용(선더랜드), 박주호(마인츠) 등이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것에 대해서도 "부상 선수들이 걱정이기도 하지만 리그 막판이기에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몸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의무팀이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챙기는 약품과 기구 등은 총 500여 가지에 달한다. 2년 전, 런던올림픽 때보다 150가지 가량이 늘어난 수준이다.

황 팀장은 "선수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부상이다. 준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다치지 않게 하고, 부상을 당한 선수들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채봉주 비디오분석관

채봉주(34) 비디오분석관은 선수단의 눈이다. 훈련과 경기 영상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게 하고, 상대국의 영상 확보와 정리도 그의 몫이다.

최근에는 선수 개개인에게 맞춤형 영상도 제공한다. 채 분석관은 "매번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마다 영상을 찍어 선수들에게 제공한다. 선수들이 원하는 경우만 따로 정리해서 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선수가 원할 경우에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리그 경기도 편집해 플레이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레버쿠젠)이 적극적이라고 한다.

잠 잘 시간도 없다. 평균 3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 오전과 오후에는 대표팀 일정을 모두 소화하면서 야간에는 영상을 편집한다.

코칭스태프의 요구에 따라 전체와 부분을 모두 제공한다. 상대국에 대해선 세트피스나 특정 선수의 영상도 제공한다.

매일 일정을 소화하고 영상 편집을 마치면 평균 새벽 3~4시. 기상은 오전 7시. 눈코 뜰 새 없다. 2011년 입사 후에 편집한 영상의 양만 하드디스크로 20~30기가에 달한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에 대한 경기 영상도 지난해 2월 경기부터 모두 확보했다.

타 팀의 경기 영상을 촬영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곤란한 경우도 많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다른 국가의 영상을 촬영하는 중에도 상대국 협회 혹은 팬들의 방해로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러나 채 분석관은 "선수들이 내가 준 영상을 보고 '영상이 크게 참고가 됐다'라거나 '고맙다'는 말을 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이번이 첫 월드컵이다. 그는 "긴장이 많이 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형채 조리장

경력 18년의 베테랑 김형채(41) 조리장은 선수단의 식단을 책임진다. 한식을 비롯해 양식과 일식까지 모두 가능한 만능 재주꾼이다. 선수단은 "보양은 기본이고, 맛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런던올림픽 때에는 장기소집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영국 현지에서 열무비빔밥을 제공해 사기를 끌어 올렸다고 한다. 또 모 해외 원정에서 선수단의 간식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 600줄을 혼자 말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지인의 소개로 2006년부터 대표팀의 입맛을 책임진 김 조리장은 "선수들이 나의 음식을 맛있게 잘 먹어줘서 정말 고맙다. 선수들이 정말 예의도 바르고 착하다. 나도 태극기를 단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웃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 16강까지의 식단을 모두 정해놓은 상태다. 이상의 성적이 나올 것을 대비해 향후 식자재의 조달 방법도 준비했다.

절대로 선수들이 질리지 않도록 반찬을 겹치지 않게 노력했다. 국과 전골은 30일 일정에 60가지로 정했다. 매 끼니마다 모두 다르다.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김치찌개. 이번에 공수하는 식자재(600~700kg) 중에 250~300kg이 김치다. 경기를 치른 후에 입맛이 없을 때,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밖에 어묵전골, 해물탕, 떡볶이 등을 좋아한다고 했다.

샐러드는 웬만한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준비한다. 이밖에 선수들의 특성을 감안해 음식을 다양하게 준비한다. 과거에 장이 좋지 않은 선수가 나왔을 때에는 죽을 쑨 적도 있다.

김 조리장은 "경기 당일에는 고기를 주지 않는다. 야채 위주로 소화가 잘 되는 요리를 준비한다"며 세심함을 보였다. "날 음식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에는 "선수단을 위해 특별하게 청국장도 한 차례 정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호텔에서는 청국장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자주 하지 못한다고 한다.

2006년 입사한 김 조리장은 이번이 2번째 월드컵이다. 선수단 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할 그는 소집 이후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