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시즌 첫 만원 관중이 운집한 사직구장이 타격전에 휩싸였다. 부처님 오신 날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혈투는 타자들의 분전 속에 숱한 대기록을 남겼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양 팀 선발은 모두 2회도 안 돼 새 얼굴로 교체됐다.
5전 5승을 달리던 롯데 선발 쉐인 유먼은 1회초 6안타를 맞고 3점을 빼앗겼다. 유먼은 이원석의 안타 때 홈 백업 플레이를 시도하다가 왼쪽 발목을 삐끗하면서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 선발 홍상삼은 고질적인 제구난에 애를 먹었다. 정훈과 전준우에게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내줘 무사 1,2루에 몰린 홍상삼은 손아섭, 박종윤, 황재균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리드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송일수 감독은 홍상삼이 김문호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자 교체를 단행했다. ⅔이닝 4피안타 6실점을 기록한 홍상삼은 변진수에게 공을 넘겨주고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초반부터 불붙은 양 팀 타선은 쉽게 꺼질 줄 몰랐다. 롯데는 2회 5점을 보태 11-3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손아섭으로 시작해 손아섭으로 끝난 3회에도 5점을 추가했다.
롯데는 1회부터 3회까지 3이닝 연속 타자 일순을 완성했다. 2이닝 연속 타자일순은 10차례 있었지만 3이닝은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 선발 타자 전원은 3회까지 모두 안타를 신고했다. 이중 손아섭은 3안타를 몰아쳤다. 3회 2사 후 1루 땅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3이닝 4안타를 기록할 뻔 했다.
3회에는 허준혁의 맞대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롯데와 두산 모두 허준혁이 마운드를 지켰다. 롯데 허준혁은 우완, 동명이인 두산 허준혁은 좌완 투수다.
2만7500명의 팬들은 일찌감치 잡은 승기에 파도타기 응원을 실시했다. 보통 7~8회에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이날은 3회부터 관중석이 들썩였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응원단이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파도 물결은 수 바퀴나 그라운드를 돌았다.
투수들은 타자들의 날선 감각에 애를 먹었다. 첫 삼자범퇴가 5회초 롯데 4번째 투수 배장호부터 나올 정도였다.
떨어진 집중력 탓인지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롯데 좌익수 김문호와 중견수 전준우는 5회 민병헌의 외야 뜬공을 잡다가 충돌했다.
콜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딪힌 두 선수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은 피했다. 전준우는 5회 공격 때 대타 김민하로 교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