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네 시즌을 별러온 첼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의 꿈이 무산될 조짐이다.
첼시는 4일(한국시간) 자정부터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약체' 노리치 시티와의 2013~2014시즌 EPL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1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80·득실차 +59), 2위 리버풀(승점 80·득실차 +50) 등과 우승 경쟁 중인 첼시는 이날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쳐 승점 79점(득실차 +43)이 돼 역전에 실패했다.
더구나 첼시는 오는 11일 한 경기만을 남겨둔 반면 맨시티와 리버풀은 각각 두 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첼시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최종전 상대인 EPL 최하위(20위) 카디프 시티(승점 30)를 무조건 이기고, 다른 두 팀이 남은 경기들을 모두 패하거나 비겨주기를 빌어야 할 처지다. 두 팀 중 누가 한 경기라도 이긴다면 첼시의 우승의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노리치 시티 역시 2014~2015시즌 EPL 잔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면서 승점 33점(득실차 -32)에 머물러 17위 선더랜드(승점 35·득실차 -19)를 따라잡는 데 실패하고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렀다. EPL에서는 이번 시즌 18~20위가 다음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로 내려간다.
노리치 시티는 선더랜드와 승점이 같아져도 골득실 차에서 뒤지는 만큼 이날 무조건 승리를 거둔 뒤 다음 경기 결과를 통해 역전을 노렸어야 했다. 노리시 시티는 11일 4위 아스날(승점 76)와의 한 경기를 남겨둔 반면, 선더랜드는 두 경기를 치르므로 노리치 시티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첼시는 노리치 시티를 상대로 경기 내내 맹공을 퍼부었다. 전반 22분 존 테리, 31분 안드레 쉬를레, 후반 2분 다비드 루이스, 23분 윌리안 등이 차례로 슈팅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골문이 열리지 않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에당 아자르와 페르난도 토레스도 후반 33분 연이어 슛을 날렸으나 역시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노리치 시티는 극단적 '버스 수비'로 경기력에서 월등히 우위에 있는 첼시에 저항했다.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지난 4월23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원정 1차전(0-0 무)을 무승부로 틀어막았을 때, 4월27일 EPL 36라운드 리버풀전(2-0 승)에서 완승할 때의 전술을 연상시키켰다. 첼시와 노리치 시티의 점유율(71%-29%)과 슈팅수(23-6) 차가 이날 경기 상황을 방증한다.
다만 첼시는 수비력 못잖게 뛰어난 공격력을 활용한 치명적인 역습으로 리버풀을 제압했던 반면, 노리치 시티는 첼시를 상대로 한 역습에 성공할 수준이 되지 못한 차이가 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살아남기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했을 팀이 오히려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이날 노리치시티의 극단적 수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올 시즌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챔스에 직행할 수 있는 3위를 지키기 위한 승점 1점 만이 필요했을 뿐이다"고 말하며 이날 무승부를 애써 자위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렇게 말했지만 첼시는 일곱 시즌 만에 사령탑으로 복귀한 무리뉴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운 전성기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04~2005시즌부터 2006~2007시즌까지 총 세 시즌 동안 2회(2004~2005·2005~2006시즌) 연속 EPL에서 우승했고, FA컵과 리그컵 각 1회(2006~2007시즌) 우승을 일궜다. 첼시에서는 아쉽게 챔스 우승을 따내지 못했지만 첼시를 떠나 옮긴 인터 밀란(이탈리아)에서 1회(2009~2010시즌) 우승을 경험했다.
그런 '명장'의 복귀이기에 지난해 6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영국의 일간지 더 선이 잉글랜드 축구팬 2000명을 대상을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4%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첼시를 꼽았다.
그러나 올 시즌 첼시는 리그컵에서는 기성용의 결승골을 앞세운 약체 선더랜드에 8강전(1-3 패)에서, FA컵에서는 맨시티에 16강전(0-2 패)에서 각각 무너져 탈락했고, 챔스에서는 4강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1,2차전 합계 1-3으로 패하면서 결승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올 시즌 마지막 남은 타이틀까지 놓칠 위기에 놓이면서 무리뉴 감독과 첼시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