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택시기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과거 1세대 SM5가 택시 입소문을 통해 고품질 이미지를 쌓은 뒤 일반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던 전례를 재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오는 15일까지 전국 173개 서비스 협력점에서 택시 고객을 대상으로 에어컨 무상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택시 전용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설치, 택시 기사대상 수리비 할인, 저금리 지원 등에 이은 또 다른 '택시 마케팅'이다.
르노삼성의 이번 특별 무상점검은 택시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서비스다. 에어컨 점검은 물론이고 냉매 가스 충전도 해주고 있다. 여름을 앞두고 미리 에어컨을 정비해 택시 기사는 물론 승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의도다.
점검대상에 에어컨외에 다양한 항목이 포함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르노삼성은 엔진오일과 계기판, 램프 등 13개 일반 항목과 오일 누유, 브레이크 등 4개 항목의 안전점검을 포함시켰다. 사실상 전면 점검인 셈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들어 연이어 지원방안을 내으며 택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택시 전용 AS 전문점을 열어 택시 기사만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르노삼성은 이를 위해 서울 중랑구와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소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또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수리비 할인 서비스를 제공 기사들 스스로 간단한 정비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최저 1%대 저금리로 차량 구입비를 대출해주는 금융서비스도 선보였고, 택시 기사들과 대화 시간을 갖는 등 스킵십도 강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박동훈 부사장의 의중에 따른 것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 해 취임 당시부터 택시 시장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영업 차량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4만3000대에 달하는 국내 택시시장 판도에 변화가 올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택시 기사들의 등에 업고 성공을 거뒀던 1세대 SM5의 '구전(口傳) 효과'가 재현될지 관심을 모은다.
우선 택시용 차량은 매년 일정 물량이 교체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요가 창출되는 시장이다. 내수 시장 확대가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군침을 흘릴만한 규모다.
르노삼성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택시운송사업 발전법'을 약진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디젤 택시에 기름값을 지원하는 이 법안으로 디젤택시는 내년부터 ℓ당 약 345.54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르노삼성은 올해 안에 SM5 디젤모델을 내놓고 택시 시장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택시용 SM5는 르노삼성이 2000년대 초반의 영광을 되찾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당시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던 르노삼성은 차종이 SM5 하나뿐이었음에도 택시 기사들이 '홍보 대사'로 나서면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과거 택시를 타면 'SM5는 정말 잘 만든 차다'라는 기사들의 칭찬을 쉽게 들을 수 있었고, 지금도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다"면서 "차량 전문가들인 이들의 호평은 일반 고객들에게 일정 부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