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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 제작발표회... 가슴에 노란 리본

김한나 기자  2014.04.30 02: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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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포토타임 때 볼 수 있는 다양한 포즈가 자취를 감췄다. 가벼운 농담이나 큰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배우들의 등장과 함께 언급되는 '하의실종' 패션도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29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SBS TV 새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지난 16일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을 태운 진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된 지 13일이 지나 재개된 첫 공식행사다. 

사회자는 "조심스럽게 제작발표회를 진행하게 됐다.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행사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좌측 문이 열리자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주연배우 이종석(25) 박해진(31) 진세연(20) 강소라(24), 그룹 '씨스타' 보라(24)가 차례로 등장했다. 평소 입장 때 낮게 깔리던 박수 소리는 생략됐다. 그들의 가슴에는 하나같이 노란 리본이 위치했다. 

가장 먼저 애도의 뜻을 전한 이는 '닥터 이방인'의 수장 진혁 PD다. "나도 두 아이의 아버지다.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이들이 많이 생각났다. 눈물이 나서 촬영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목이 잠기는 듯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배우들의 인터뷰 때도 분위기는 엄숙했다. 재치 있는 말로 간혹 웃음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무표정이었다. 특히 박해진(31)은 단 한 차례도 흐트러짐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웃음기를 거뒀으며 말문이 막힌 동생 이종석을 대신해 몇 차례 마이크를 잡으며 분위기를 정돈했다.

세월호 애도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취재진은 드라마의 양 축을 담당하는 이종석과 박해진의 입을 빌려 배우들의 뜻을 듣고 싶어 했다. 이종석은 "촬영 중 세월호 소식을 들었다.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뇌했다.

더 이상의 말이 조심스러웠는지 마이크는 바로 박해진에게 넘어갔다. 박해진은 "촬영 중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웠다"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세월호 관련 오보도 많았고, 우리가 접했던 소식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했다. 애도의 마음을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분위기를 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말 한마디, 우리가 하는 연기가 얼마나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며 침통해 했다.

'제작발표회'는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 미리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홍보의 기회다. 가끔은 돌발 행동도,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배우, 제작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예의를 갖추고 차분하게 필요한 말만 했다. 

매번 현장 분위기를 전하던 유튜브 인터넷 생중계도 생략했다. 포토타임도 최소화했다. 배우들은 'V'같은 포즈보다는 몸동작을 최소화하며 카메라 앞에 섰다. '스타 애장품 경매'도 진행되지 않았다.

30일에도 SBS는 '너희들은 포위됐다' 제작발표회를 이어간다. 29일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생중계와 연예정보프로그램 인터뷰, 스타애장품 경매는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