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빈]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첫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김한식(73) 청해진해운 대표가 29일 장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8시40분까지 11시간 정도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 대표는 조사를 마친 직후 청해진해운의 자금이 유 전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 갔는지,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사들인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차량에 탑승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유 전 회장의 다른 측근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김 대표를 재소환하지 않고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김 대표를 상대로 유 전 회장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에 가담한 의혹에 관해 확인했다.
검찰은 김 대표를 상대로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 및 계열사의 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 회사 자금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유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여러 곳의 계열사에 수십억원의 회사 자금을 몰아주고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 전 회장 대신 경영 일선에 나서 회사를 경영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유 전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에 경영 자문 등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수년 동안 수십억원을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로 알려진 김 대표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세모의 감사를 맡았다. 또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감사를 지내다가 최근 물러났다.
김 대표는 다른 계열사인 온지구와 국제영상의 감사직도 겸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2대 주주(11.6%)이기도 하다.
검찰은 김 대표를 시작으로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들을 차례로 소환한 뒤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5일 유 전 회장의 측근인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고 대표를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변기춘(42)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황호은(63) 새무리 대표, 이순자(71·여) 전 한국제약 이사 등 나머지 측근들에 대해서도 이번 주중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와 딸 등 유 전 회장 일가와 핵심 측근인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이사와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에 대해서는 국내에 입국하는 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유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르면 다음 달 초쯤에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