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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 “그냥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박철호 기자  2014.04.19 19: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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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부끄러워서 집에도 못 가겠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안방 마님' 양의지가 전날 벌어진 희대의 2사 공수 교대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실은 피해자쪽에 가까운 양의지는 "전부 내 잘못"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18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는 투아웃에 공수가 교대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2회초 2-1로 앞선 1사 만루에서 등장한 롯데 정훈은 3루수 허경민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고 두산은 5(3루수)-2(포수)-3(1루수)으로 연결되는 더블 플레이를 시도했다.

송구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양의지와 1루수 칸투가 모두 베이스를 밟지 못하면서 올세이프 판정이 내려졌다. 3루 주자 문규현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스코어는 3-1이 됐다.

문제는 기록원이 홈 상황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양팀 더그아웃도 1루 판정에만 신경쓰느라 홈에서의 세이프 선언을 놓쳤다. 심지어 전광판에도 3-1 롯데 리드에 1사 만루 상황이 아닌 2-1 스코어에 2사 만루로 찍혔다.

당연히 2사 만루(실제로는 1사 만루)라고 생각한 두산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는 손아섭의 투수 땅볼을 병살 플레이로 연결하지 않고 1루에만 던졌다. 양팀 선수들 역시 스리아웃이 됐다고 판단해 모두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후 롯데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치열한 논의 끝에 롯데가 4-1로 앞선 2사 2,3루에서 공격이 이어졌고 22분 만에 재개된 경기에서 두산은 최준석에게 스리런포를 맞고 무너졌다.

19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양의지는 이 장면을 두고 "내가 너무 급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양의지는 최초에 세이프 판정을 알고 있었다. "주심에게 왜 세이프냐고 물어봤는데 내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고 했다"는 것이 양의지의 설명이다. 손아섭의 투수 땅볼 때 병살 플레이를 위해 홈으로 송구해달라고 손짓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양의지는 "(볼스테드가 병살이 아닌 1루 송구를 선택한 뒤) 속으로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롯데 선수들이 수비하러 나오고 우리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길래 '2사였구나'라고 생각했다. 판정이 정정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면서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고 수줍게 웃었다.

양팀 사령탑들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의지가 베이스를 밟지 못한 것을 우리팀이나 상대팀 벤치 모두 못 봤던 것 같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심판들이 전광판을 봤을텐데 빨리 조치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것이다. 심판과 기록원의 실수로 경기가 안 좋아졌다"고 조금은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본의 아니게 이득을 본 롯데 김시진은 "전부 1루 판정을 보느라 홈 상황을 몰랐다. 전광판에도 2사로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아마 (양)의지와 (문)규현, 심판만 알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