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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돈을 벌기 위한 ‘주식회사 제주’로 변신해야”

김부삼 기자  2007.01.31 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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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지사가 아니어도 제주발전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 하겠다”...


삼성하면 현명관-현명관 하면 삼성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 전 회장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제주출신인 그는 삼성의 성공신화를 넘어 제주의 발전신화를 남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인물. 나아가 최근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한명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에 경제자문으로 참여하면서 미래 대한민국 선진화 구상에 브레인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어렵다는 행정고시에 합격, 감사원 부감사관을 지내며 이후 호텔신라와 삼성시계, 삼성종합건설을 거쳐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을 맡기까지 그의 인생은 ‘성공신화’로 표현된다.

비록 지난해 5월 제주지사에 꿈을 품고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7전8기 현 전 회장에게 실패와 좌절이란 단어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사랑과 나라사랑으로 점철되는 그의 인생사와 앞으로의 구상들은 무엇일까? 현 회장은 제주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제주도는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인 ‘주식회사 제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속의 거대그룹 삼성의 CEO중 한명으로 역혁한 공을 세웠던 현 전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에 기업경영이라는 신기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 ‘제주’로

민선 4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전략에 대해 현 전 회장은 선진기업 경영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재정자립이라고 꼽는다. 현 전 회장은 “앞으로 3~5년 동안 일시적으로라도 중앙정부에서 제주 재정자립도가 60~70% 될 때까지 도와줘야 한다”며 “물론 제주도도 이 기간을 돈 버는 기초를 닦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버는 제주도, 주식회사 제주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 전 회장의 성공전략은 제주도 공직사회에서 벤치마킹 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 전 회장은 그 예로 삼다수를 꼽았다. 맛이나 질에서 프랑스 에비앙보다 훨씬 우수한 데도 에비앙 절반 가격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으로 치면 석유와도 맞먹을 수 있는 삼다수가 제주에서는 농업용수나 골프장 잔디가꾸기에도 쓰일 정도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것 다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택할 것을 주문했다. “동북아에서 일류가는 전략품목 5개만 만들 수 있어도 제주도는 일류가 될 수 있다”며 “읍면 단위로 한 개 정도씩 명품을 특화해 동북아 최고 브랜드로 키울 수 있게 집중적으로 도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유치를 위해 제주를 ‘무(無)규제’ 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혁신도 강조했다. 현 전 회장은 “특별자치도는 결국 제주 사람이 하는 것이고, 도민과 공무원이 하는 것”이라며 “자치와 자유화를 위한 마인드나 의식이 돼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도를 포함해 대부분 지자체는 돈을 ‘쓰기’ 위한 조직에 머물고 있는데, 돈을 ‘버는’ 또는 ‘벌기’ 위한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전 회장은 행정시를 없애 ‘특별자치도-읍면동’ 2개 층으로 개편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읍이나 면을 몇 개씩 묶어서 좀 더 광역화해 주민과 접촉을 늘리자는 설명이다.

그는 “도는 기획과 전략업무만 수행하고 집행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권한들을 읍면동으로 과감하게 옮겨줘야 한다”며 “대신 유능한 공무원들을 읍면동에 전진 배치해 행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주민 신뢰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조직 자체를 품목별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는 제안도 했다. 예를 들어 감귤부나 감귤국 같은 것을 만들어 감귤가격과 판매실적을 따져 봐서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담당부서에서 책임을 지게 만든다는 얘기다.

또 감귤로 특화한 읍면동에 대해서도 성과를 측정해 해당 읍장이나 면장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각종 사안에 대해 이익단체들과 일일이 논쟁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선 “도지사가 추진력을 갖고 옳다고 믿으면 밀어붙여야 한다”며 “여론에 끌려다니는 게 리더십이 아니며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전 회장이 제주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41년 제주도 남제주에서 출생한 그는 학창시절과 삶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뿌리는 제주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비상근 이사로 일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힘썼고, 아울러 2005년부터는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동초등학교를 나온 그는 학교 동창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회원들과 함께 학교발전기금과 결식아동 급식비를 보아 기탁했고, 모교 새싹관 앞에서 동녘한마음 기념조형물을 기증했다.

현 전 회장은 또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로부터 지난해 적십자 봉사 은장을 받았고 제주지역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를 묶어 수도권 대형 할인매장과 연계하는 직판 판로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창립식을 가진 ‘제주생명살림’(대표 김창식)은 첫 사업으로 제주에서 친환경 재배된 양배추, 브로콜리, 양파 등 채소류를 중간 유통과정 없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대표 이승한)에 직접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로인해 삼성 홈플러스는 전국 46개 매장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제주산 친환경농산물 코너를 열기로 했다.

이곳에서 제주생명살림이 공급하는 감귤 등 과일, 월동 무․감자․당근 등 40여 품목의 농산물을 전시 판매한다. 또 제주생명살림과 삼성 홈플러스는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판매에 대한 포괄적 지원체계를 만드는데 합의하고, 자체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80여 농가가 참여하는 제주생명살림의 회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생명살림은 홈플러스 이외에 신세계 계열의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와도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현재 이마트측에서 친환경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회장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난 6월부터 생산자-중간 유통업체-유통매장-소비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 농가 등으로 구성된 ‘제주생명살림’ 결성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대형 할인매장과의 판매 계약에도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현 전 회장은 “앞으로 농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축산물에 대한 판로 확보를 위해 삼성 에버랜드,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업체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회사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 전 회장의 충언은 말뿐이 아닌 실천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 전 회장은 제주지사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에도 “제주도지사가 아니어도 제주발전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현 전 회장은 “정치를 하기 위해 출마하지 않았으며, 도지사는 목적이 아닌 제주도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선거기간 중 제시한 공약들 가운데 농수축산물 마케팅과 개인적 차원의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알선 등 도지사가 아니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공약들을 추진하는 등 남은여생을 제주발전을 위해 일 하겠다” 고 밝혔다.

현명관 한나라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5일 제주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거취에 대해 “제주도지사가 아니어도 제주발전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고향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현 후보는 이날 5.31 지방선거를 마무리하는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소개하며 “정치를 하기 위해 출마하지 않았으며, 도지사는 목적이 아닌 제주도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선거기간 중 제시한 공약들 가운데 농수축산물 마케팅과 개인적 차원의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알선 등 도지사가 아니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공약들을 추진하는 등 남은 여생을 제주발전을 위해 일 하겠다” 고 밝혔다.


◆현명관은 누구?

현 전회장의 별명은 ‘현통’ 으로 불린다. 삼성계열사인 호텔신라 재직 당시 직원들이 붙여준 것이란다.

현 전 회장은 대학 졸업 직후인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 부산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감사원 재직시 퇴직한 후 일본 게이오대에 유학, 경제학 석사를 받고 감사원에 복직했다. 복직 1년 반만에 퇴직하고 1978년 전주제지 총무부장으로 입사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삼성내 핵심 인물로 성장하기까지 승승장구했다.

전주제지를 거쳐, 호텔신라 이사, 대표이사 사장, 삼성종합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1993년부터 3년간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냈다. 당시 공채 출신이 아닌 현 전 회장을 이건희 회장이 삼성내에서도 핵심지위인 비서실장에 앉힌 일은 재계내에서 신선한 충격이 됐다.

현 전 회장은 비서실장 재직시 이 회장의 삼성개혁운동인 마누라말고는 다 바꿔보자는 신(新)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세계적 기업 삼성은 이때 태동한다.

현 전 회장이 비서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차 진출 허가를 따냈고 삼성화학과 분당 서현역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성균관병원과 삼성병원 설립 등 삼성이 본격적인 공익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무렵이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전국 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재계를 대변했다. 기업도시 건설도 현 전 회장이 전경련 상근 부회장 시절에 내놓은 아이디어다.

그렇다면 현 전 회장이 기업인에서 정당인으로 변신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5월 여야 정치권은 현 전 회장의 한나라 행(行)에 관심을 집중했다. 우선 그가 삼성그룹 회장 출신으로는 드물게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 삼성의 CEO가 특정 정당의 지방선거 후보로 말을 갈아탄 것은 여의도 정치권 호사가의 입심을 자극할 만한 뉴스였다.

이 같은 외부의 시선 때문인지 당시 현 전 회장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 상의한 바 없다”며 "“순수하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단호히 밝혔다.

이어 “삼성은 그 동안 정치적으로 중립의 길을 걸어왔으며 그 것이 창업 이념이고 전통”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혹시나 친정이 해를 입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태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관심 포인트는 현 전 회장이 ‘제주도를 세계적인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 ’면서도 굳이 여당이 아닌 야당 행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당선 가능성이 그 하나였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현 전 회장으로서는 충분히 승산있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현 전 회장은 “지역 정서가 한나라당을 원하는 것 같더라. 이미 지난해 12월에 한나라당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며 “과거와는 달리 야당이라고 해서 도정을 펼치는데 불리 할 것은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노선이나 분위기가 나에게 더 맞을 것 같았다”고 밝혔었다.

현 전 회장을 ‘낚은’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시 천군만마를 얻은 분위기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큰 결단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하다.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에 매우 큰 힘을 얻었다”고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찌됐건 결과는 패배, 하지만 현 전 회장은 현재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 경제브레인으로 활동하며 제 2의 정치인생을 걷고 있다. 도지사는 정치인이 아닌 경영인이어야 한다는 정치철학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김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