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가 2년 연속으로 챔피언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모비스는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79-76으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2년 연속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모비스의 우승 뒤에는 '10순위들의 반란'이 숨어 있다.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위 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이 일궈낸 값진 성과다.
모비스 우승에는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문태영(36), 든든한 외국인선수 로드 벤슨(30)과 리카르도 라틀리프(25), 간판 양동근(33), 함지훈(30) 등 주전들이 크게 기여했다.
이 중 함지훈은 1라운드 10순위 출신이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겨우 1라운드에 턱걸이했다. 그러나 노련하고 영리한 발놀림과 몸싸움, 넓은 시야를 앞세워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성장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경기당 11.7점 5.2어시스트로 이름값을 했다. 마지막 경기가 된 10일 6차전에서 경기 종료 2분57초를 남기고 발목을 다쳐 코트를 떠났지만 시리즈 내내 모비스의 전력의 열쇠를 쥐었다.
6차전에서 LG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낸 천대현(30)은 200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천대현은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양우섭(LG)이 시도한 3점슛을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블록슛으로 막았다. 이 장면 하나로 올 시즌 연봉의 가치를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천대현은 우승청부사다. 군 복무 시기를 제외하고 이번이 프로에서 보낸 4번째 시즌이었는데 모두 정상을 경험했다.
신인이었던 2008~2009시즌에 정규리그 1위, 2009~2010시즌에 통합우승,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일조했다.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전담하면서 간간이 터뜨리는 3점슛이 일품이다. 유재학 감독은 "정말 손질이 좋은 선수"라며 시리즈 내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부터 이대성(24)의 공백을 메운 이지원(26)은 2011년도 드래트프에서 1라운드 10순위에 뽑혔다.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경기 막판에 결정적인 자유투 4개를 성공해 SK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지원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정규리그 평균 출전시간(9분24초)이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17분29초를 소화했다. 두 배 가까이 더 뛴 셈이다.
이지원은 올 시즌이 끝나면 병역의 의무를 지기 위해 팀을 떠난다. 공익근무를 할 예정이다. 이지원은 시리즈를 앞두고 "반드시 지금 함께 하는 형, 동생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군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약속을 지켰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포인트마다 들어와 호흡을 맞춘 송창용(27)은 2010년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 출신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3경기를 뛰며 벤치를 지킨 시간이 훨씬 많았던 김영현(23)도 1라운드 10순위다.
김영현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출전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희대 전성시대를 함께 이끌었던 동기생 김종규(LG)과 김민구(KCC), 두경민(동부)보다 먼저 챔피언 반지를 얻게 됐다.
이밖에 박구영(30)과 신인 이대성도 2라운드 1순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프로에 입문했지만 모비스 우승에 당당히 한 부분을 책임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재학(51)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자(개인기량과 이해도가 높은 선수)'를 선호하지만 성적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지는 않는다. 선수 개개인에게 정확한 역할을 부여해 맞춤형 농구를 펼친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고 근성이 없는 선수들에게는 호된 질책을 가한다. 버티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이번에 정상에 오른 선수들은 버틴 셈이다.
'10순위의, 하위 픽의 반란'으로 불러도 좋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