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미국에서 형성된 '천적' 관계가 이국 땅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SK 와이번스 4번타자 루크 스캇(36)과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3)의 이야기다.
두 선수의 첫 만남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캇은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고 있었고, 니퍼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유망주였다.
그해 스캇과 니퍼트는 8월6일 한 차례 격돌했다. 결과는 3타수 3안타를 친 스캇의 완승. 안타 중 1개는 투런 홈런이었다. 스캇을 막지 못한 니퍼트는 5이닝 8피안타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그날 경기 승리 투수는 로저 클레멘스였다.
이후 두 선수는 2008년과 2010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차례 모두 스캇이 니퍼트에게 1타수 1안타로 이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스캇이 니퍼트를 상대로 올린 성적은 6타석 5타수 5안타 1볼넷. 홈런과 3루타, 2루타가 고르게 섞여있다.
2011년 니퍼트의 두산 입단으로 만날 일이 없어 보이던 두 선수는 올 시즌 한국 무대에서 재회했다.
한 번 형성된 천적 관계는 한국 무대에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스캇은 지난 달 23일 시범경기에서 니퍼트를 상대로 큼지막한 솔로포를 터뜨리더니 페넌트레이스 첫 만남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스캇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4번 지명타자로 나서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으로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스캇은 1회초 2사 1루에서 니퍼트의 142㎞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비거리 120m짜리 선제 투런포로 연결했다.
하이라이트는 6회다.
3회까지 4점을 빼앗긴 니퍼트는 4회와 5회 삼진 4개를 솎아내며 구위를 회복했다. 두산 타선 역시 2점을 따라 붙으면서 승부를 미궁 속으로 몰았다.
결정적인 순간 스캇의 방망이가 재차 시동을 걸었다. 선두타자로 등장한 스캇은 니퍼트의 체인지업을 통타해 멀티 홈런을 완성했다.
빗맞은 타구는 좌익수 김현수의 수비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보다 멀리 뻗으면서 홈런으로 이어졌다. 스캇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니퍼트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홈런으로 SK는 두산의 막판 추격을 5-4로 따돌리고 선두를 지켰다.
경기 후 스캇은 "특별히 니퍼트를 공략하는 비법은 없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에 스윙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3·4호포를 신고한 스캇은 조쉬 벨(LG) 등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스캇은 "노력한 성과가 나온다는 것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