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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전집'으로 독서 교육 하십니까?

질 낮거나 중복되는 이야기 끼워 팔기 심해… 지속적인 단행본 구입이 바람직해

정춘옥 기자  2014.03.30 23: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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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계에서 아동 전집의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지는 오래다. 전문 아동 출판사들도 점차 늘어날 뿐 아니라 성인 대상 출판사들도 ‘돈이 되는’ 아동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기하급수적인 팽창을 해왔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전집으로 자녀들의 독서 교육을 시작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전집 위주의 독서 교육은 바람직한 것일까?

독서는 학습보다 크다

 전집의 양상은 보다 세분화되고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분류 기준도 예전에는 과학도서, 위인전, 해외 전래 동화, 한국 전래 동화, 국내 명작, 해외 명작 등으로 단순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연령별로 분야별로 셀 수 없이 복잡하다. 연령은 보다 세분화됐고 분야에 대해서는 특이한 점이 수학, 과학, 언어, 탐구 등 교과 과정에 밀착한 분류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만큼 학습 능력 향상에 전집이 도움이 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것일까? (사)어린이도서연구회가 ‘아동 전집 출판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가진 심포지엄에서 박은경 오세란 연구원은 “사실상 전집의 학습 효과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고 못 박았다. “어린이 스스로 책에 다가서는 자발적인 지적 탐험이 아니라 이미 영역별로 세분화된 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전집의 구성 방식은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학습 태도와 독서 습관을 가져올 우려도 높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원들은 “나아가 과연 어린이 책과 독서를 학습과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염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독서는 넓은 지적 여행인데 학습으로 한정하는 것은 오히려 독서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아 전집 효과 있을까?

 영아 전집이 유행 또한 우려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심지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전집을 사도록 강요받고,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비싼 돈을 주고 전집을 구입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실상 전문가들은 영아 독서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과학적으로 영아 독서 효과는 입증된 바가 없다. 유아의 두뇌가 발달하는 것은 수많은 외부자극에 의해서다. 책은 무수한 외적 자극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연구에 따르면 웅진, 프뢰벨, 한솔, 교원 등 유명한 회사의 아동 전집들 모두가 연령에 맞지 않는 책들을 끼워 팔기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출판계에서 일하는 김씨는 “전집을 구매하는 학부모들은 그럴듯한 포장과 브랜드, 영업과 유통망에 의해서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며, “ 때문에 정작 내용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물의 특성상 전집을 기획하면 엄청난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게 출판 시장에서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것. 명작을 아동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시급을 받는 무명의 프리랜서인 경우도 많고, 번역물인 경우 또한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이 이런 점까지 꼼꼼히 따지기는 쉽지 않다.
 전집 가격의 거품도 문제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연구원들은 “현재 전집 출판사들이 전집 유통에서 한결같이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중고 판매와 인터넷서점의 할인 판매는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전집물의 소비 주기를 단축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과당경쟁으로 유사상품은 얼마든지 널려 있고 중고 매매도 가능하기에 구매 시점에서 불과 몇 개월 안에 중고 시장에 내놓는 상품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전집은 몇몇 기획자가 몇몇 전문가들의 감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아무리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도 편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작가가 중복되거나 작품이 중복되는 등의 문제를 거의 모든 전집들이 안고 있다. 드넓은 독서의 세계를 어떻게 몇 십권의 전집이 지배하고 정리할 수 있겠는가. 전집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단행본이 효율적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잡고 서점을 방문해 단행본을 한 권씩 사주는 것이 전집을 사주는 것보다 훨씬 정도에 맞는 독서 교육이다. 몇 십권의 전집이 주는 압박감이 없어서 자녀도 책과 친해지기가 훨씬 쉽다. 중복되거나 질이 낮은 책을 끼워 파는 전집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더 효율성이 높다. 책을 선정하기가 어렵다면 아동도서 전문단체의 사이트 등을 방문해보면 어렵지 않게 추천도서를 얻을 수 있다.
 스티븐 레빗은 '괴짜 경제학'에서 집에 책이 많은 아이들이 성적도 높다는 통계를 제시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전혀 책을 읽지 않아도 관계없이 성적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법 같은 현상은 아이들이 책을 읽어서 성적이 높은 것이 아니라 책이 많다는 것이 곧 부모의 지적 수준과 경제적 수준이 높음을 암시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핵심은 책이 아니라 부모다.
 아이에게 독서를 권하고 싶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독서를 함께 해야 한다. 전집만 덜렁 사놓고 독서 지원을 모두 끝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일함에서 나온 착각일 뿐이다. 부모부터 일단 신문이라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함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