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고 전 총리를 지지하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CBS가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여론조사 결과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후보는 정동영 전 의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동영 전 의장의 대선후보 선호도는 6.6%로 지난주에 비해 3.6%p 올라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승 폭이 가장 컸고. 박근혜 전 대표가 2.2% 포인트 올라 두 번째로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이명박 전 시장은 0.6% 포인트 하락해 수혜를 보지 못했고, 권영길 의원이 1.3% 포인트 늘어 세 번째로 지지율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근태 의장은 0.6% 포인트, 정운찬 전 총장은 0.3% 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1주일 전에 비해 부동층이 4.2% 포인트 늘어났다.
정동영 전 의장이 가장 큰 수혜자라는 사실은 범여권 후보군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명확해진다. 4주전 범여권 후보군 선호도 조사와 비교해보면, 정동영 전 의장은 6.2%에서 18.1%로 11.9% 포인트 상승,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고, 김근태 의장이 3.9%에서 8.7%로 4.8% 포인트 상승, 범여권 후보군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수혜를 입었다. 세번째는 강금실 전 장관(4.2%->8.3%)과 정운찬 전 총장(3.9%->8.0%)으로 각각 4.1% 포인트 올랐다.
한편 고 전 총리를 지지했던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범여권 후보 선호도를 살펴보면, 정동영 전 의장을 21.1% 지지해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정운찬 전 총장으로 10.7%로 뒤를 이었다. 김근태 의장은 8.7%로 정운찬 전 총장에 뒤졌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전체 유권자들과는 다르게, 김근태 의장보다 정운찬 전 총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한명숙 총리가 8.3%, 강금실 전 장관이 6.5%, 유시민 장관이 6.4%로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보면,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은, 여권 유력 후보인 정동영, 김근태 두 주자에게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건 전 총리의 사퇴로 정동영 전 의장의 경우, 마의 5%를 지난해 9월이후 4개월만에 넘어섰다. 결국 두 후보에게는 향후 사퇴압력과 같은 곤혹스러운 장면보다는 국면전환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커보인다. 하지만 정동영 전 의장에게 움직인 지지세보다, 부동층으로 옮긴 지지세가 더 크다는 점에서는 향후 여권의 정계개편 향배에 따라, 주인 잃은 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조금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1월 1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663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8%p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