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가드 한호빈(23)의 부상에 고양 오리온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리온스는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뒷심 부족 탓에 78-80으로 패배했다.
지난 13일 벌어진 1차전에서 73-84로 패배한 오리온스는 2차전까지 내주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6강 플레이오프가 5전3선승제로 치러진 2008~2009시즌 이후 1, 2차전을 내준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리온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한호빈이 경기 막판 부상으로 실려나간 것이다.
이미 오리온스는 부상 공백을 안고 있다. 오리온스 전술의 중심에 있는 김동욱은 지난 13일 1차전에서 왼 무릎을 다쳤다. 왼 무릎 인대 염좌로 판명돼 플레이오프 출전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2차전에서 펄펄 날아다닌 한호빈이 다친 것.
이날 경기를 앞두고 추일승(51) 감독은 "김동욱이 코트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해줬는데 빠졌다. 김도수와 가드진이 경기를 읽는 눈이 있으니 해줘야한다"며 "한호빈을 이현민보다 먼저 투입할 생각이다. 이현민이 1차전에서 별로 좋지 못했다. 수비를 강조하기 위한 것도 있고, 호빈이가 패스워크가 좋다"고 기대를 걸었다.
한호빈은 이날 11득점 9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추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그는 김선형을 끈질기게 수비해 공을 잡을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했다. 김선형은 3쿼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선형은 "한호빈이 계속 저를 압박하고 볼을 잡지 못하게 하면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제가 볼을 잡고 패턴을 돌려야하는데 볼을 못잡게 했다. 변기훈이나 애런 헤인즈도 패턴을 잘 돌리는데 같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호빈이 워낙 수비가 좋은데 슛 컨디션도 좋더라. 오늘 나는 턴오버도 많았다"며 "개인적으로 호빈이에게 완패를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경기를 잘 운영하면서 어시스트를 9개나 배달했다.
이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한호빈은 고비마다 천금같은 3점포를 터뜨렸다. 64-58로 앞선 4쿼터 초반 분위기를 오리온스 쪽으로 확 끌어온 것도 한호빈의 3점포였다.
'한호빈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한호빈은 4쿼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4쿼터 막판 스틸에 성공한 한호빈은 볼을 들고 달리려다 상대 선수에 걸려 넘어졌다. 한호빈은 한동안 왼 발목을 붙잡고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하다 들것에 실려나갔다.
이미 한 차례 부상을 겪은 오리온스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일 수 밖에 없었다. 추 감독도 어두운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추 감독은 "관절이 아니라 아킬레스건이다.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끊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왠만하면 어린 선수라 다시 뛰게 하려고 했는데 아픈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한호빈이 스타트를 잘 끊어줬고, 공격에서 득점도 할만큼 해줬다. 공격 활로를 많이 뚫어주는 모습이었다"며고 전했다.
한호빈이 부상으로 빠져나간 후 김선형은 완전히 기세가 살았다. SK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고, 역전승에 성공했다.
패배한 오리온스는 이제 '0%'의 확률에 도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