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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서른여덟의 베테랑 '주희정'...살아있는 위력

김기철 기자  2014.03.14 01: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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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베테랑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서울 SK는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베테랑 가드 주희정(37)의 맹활약에 힘입어 84-73로 승리했다.

주희정은 기싸움을 벌이던 2쿼터에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11점을 몰아치면서 주도권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잦은 턴오버와 무리한 공격으로 불안했던 흐름을 제자리에 돌려놨다.

베테랑다운 모습이었다.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이다. 귀화혼혈선수 문태종(39)을 제외하면 최고령이다.

프로농구 출범 당시인 1997년 고려대 2학년을 마치고 프로 무대로 뛰어든 주희정은 어느덧 1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출전시간이 15분 내외로 많지 않지만 SK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특히 플레이오프처럼 큰 경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희정은 "나는 식스맨이다. 경기를 주도하기보다는 1분을 뛰든 10분을 뛰든 팀이 어려울 때,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전환점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했어야 했다"며 "벤치에 있다가 들어가서 던진 첫 3점슛이 운 좋게 들어갔다. 자신있게 던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경은 감독은 이날 수훈 선수로 주희정을 꼽았다. 2쿼터 흐름을 쥐락펴락하면서 코트를 지배했다. 에이스 김선형이 흔들릴 때, 바로 잡아주는 것도 선배인 그의 몫이다.

주희정은 "선형이가 상당히 잘 해주고 있다. (선형이에게)조언보다는 경기마다 많이 공략을 하라고 주문하는 편이다"고 했다.

주희정은 올 시즌 평균 출전시간은 15분25초다. 김선형의 체력안배 혹은 주도권 싸움에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선 "많이 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기보다 팀이 어려운 상황일 때, 지켜보다가 분위기를 반전시켜야겠다고 스스로 컨트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희정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가 남다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정상에 오르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4패로 무너졌다.

주희정은 "우리는 오리온스가 목표가 아니다.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이 목표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며 "3연승이라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2차전도)첫 경기라는 자세로 임할 생각이다"고 했다.

주희정은 프로농구 역사와 함께 했다. 1997~1998시즌 신인왕을 시작으로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2008~2009시즌 정규리그 MVP 등을 수상했다.

역대 유일하게 개인 통산 5000어시스트를 달성한 '기록의 사나이'기도 하다. 요즘 '대세'라는 김선형이 배울 게 참 많은 선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