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네 번째 책. 1969년 2월 출간과 함께 화재와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미국사회의 앙팡테리블로 부상한 문제작이다. 출간 몇 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필립 로스는 작품의 선정성 논란 속에서 각종 미디어의 가십과 토크쇼 농담의 주인공이 됐다. 이 책을 둘러싼 격찬과 혹평의 대립 역시 뜨겁고 팽팽했다. 하지만 이제 이 책은 필리 로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영문학 고전으로 추천되고 있다.
상류층 유대인들의 위선을 비판하다
미국 도서관들은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상당한 양의 비속어들 때문에 ‘포트노이의 불평’을 금서로 지정했고, 호주에서는 이 책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 책이 건드린 금기 중 하나는 유대인 스스로 자기 민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금기였다. 필립 로스는 이미 1959년에 첫 책 ‘굿바이 콜럼버스’에서 상류층 유대인들의 도덕적 위선과 허위를 비판적으로 그려내 유대인들에게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찍힌 터였는데, ‘포트노이의 불평’을 통해 다시한번 이 금기에 맞선 것이다. 그는 중산층 유대인 가정의 이민 2~3세대들이 성공에 대한 부담과 유대교의 규율에 얼마나 짓눌려 살아가고 있는지 폭로하며 그에 대한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한다.
그러나 ‘포트노이의 불평’이 미국사회에서 그토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건,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도덕적 진지함 혹은 점잖음이라는 가치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앨릭잰더 포트노이라는 서른 중반의 엘리트 변호사가 정신과 의사 슈필포겔에게 자신의 불행한 일생을 토로하는 400쪽짜리 독백이다.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을 따라 자유연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노이의 독백은 무척 감정적이고 두서없으며 자주 곁길로 빠진다.
억압에서 자유롭고 싶은 개인의 욕망
주인공 포트노이는 1933년 미국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박혀 있는 인물’인 어머니 소피는 유대교의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강요하고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결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누나를 똥이라고 불렀다고 포트노이의 입을 세탁비누로 닦아내고 집 밖에서 패스트푸드라도 먹었을까봐 아들의 대변까지 검사하려 한다. 흑인 빈민가를 담당한 보험 판매원인 아버지 제이크는 불평 한마디 않고 밤낮 없이 ‘개처럼’ 일하지만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무시당하고 늘 변비와 두통에 시달리는 초라한 인물로, 아들 포트노이에게 자신의 아메리칸드림을 유산처럼 물려주고 싶어한다. 포트노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부담스러워하고,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제약하는 유대인의 전통을 견딜 수 없어한다.
포트노이는 부모의 바람에 반해 엇나가기 위해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 소녀들을 쫓아다니고, 부모의 구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위행위가 주는 순간적인 쾌락에 몰두한다.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밤이든 낮이든 포트노이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방식도 점점 기상천외해진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전통과 사회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갈망하는 개인의 욕망을 거칠고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래서 후기작에만 익숙한 국내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필립 로스의 새로운 매력, 노년의 로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머러스한 면모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