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대우나 받으려면 늙어버려요. 인생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우리 나이쯤 되면 언제 어떻게 될 수 있다는 건 잊어버리고, 끝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지."
배우 이순재의 인터뷰에서 그의 철학이 엿보인다.
'꽃보다 할배(꽃할배)'의 막내 백일섭도 "고단한 하루하루 끝나고 저녁에 많은 폭주는 아니라도 반주 정도로 인생 살아야지 인생 뭐 있어?"라며 그만의 철학을 내놓는다.
배우 이서진은 이순재에 대해 "이순재 선생님은 승기랑 같이 다니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서로 비슷한 게 있어서. 복습하고 막 연습하고 이런 게…."
캐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 시즌2 스페인 편 1회에서 이순재와 백일섭의 삶의 철학은 서로 다르지만 행복 지수는 같아 보였다.
지난해 예능전문 PD인 나영석은 캐이블 채널에서 할아버지 배우들의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를 기획 방송하면서 또 다시 예능의 언더 케이블에서 성공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1의 성공적인 방송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출발한 이번 시즌2 스페인 편에서 나 PD는 짐꾼 이서진의 하루 동안의 부재와 경비 감축 등의 변수가 있었지만 이 모든 부담을 순발력 있게 '순대장' 이순재에게 떠넘기며 흥미로운 상황을 더해갔다.
책임을 떠안은 이순재는 그의 꼼꼼한 평소 성격대로 팀의 순항을 위해 이서진의 합류 이전까지 여행의 리더로서 고생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나가면서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더 좋았다는 반응이다.
지난 시즌1 여행에서 이순재는 주관이 강하고 결정이 빨라 '직진순재'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유창한 영어 실력과 노장으로서의 노련함을 맘껏 내보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부터 자신의 여행 가방을 찾지 못하는가 하면 길을 묻다가 상점 앞에 가방을 놓고 오는 실수를 범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짐꾼 이서진이 합류할 때까지 리더로서의 수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인천 공항에서 출발해 경유지인 파리로 가는 동안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움직이는 동선을 공부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리더 이순재식 삶의 방식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반면 지난 꽃보다 할배 시즌1에서 불편한 무릎 때문에 걷기 싫어하는 캐릭터를 갖게 된 배우 백일섭은 식사 자리에서 가벼운 반주(晩酌)에 노래를 부르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팀의 막내로서 이번 스페인 편에서도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런 그가 시즌2 첫 회부터 변함없이 '소주 사랑'으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해외여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입 금지 물품인 소주가 촬영 당시인 2월1일부터 풀려 경유지인 파리에서 세관을 통과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주며 흥미를 더했다.
한편 방송에서 이순재와 백일섭의 다른 철학은 조용히 비교 된다. 이미 시즌1에서 두 사람의 꾸밈없는 여행 속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이미 낯설지 않겠지만, 각기 다른 두 사람의 모습에서 누가 더 공감이 가는지는 결국 시청자의 몫으로 남는다.
또 시즌1에서 병중이었던 부인의 완치를 기도하던 배우 박근형은 여행 중 극적으로 부인이 완치됐다는 진료결과를 받고는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부인에 대한 헌신과 사랑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1에서 유독 부인과의 잦은 통화가 방송돼 내심 불편했다는 신구가 박근형식 부인 사랑에 도전을 했다. 에펠탑 춤꾼 신구는 출발 직전 라운지에서 "박근형이는 (부인에게) 수시로 안부 전화하고 그러는 게 수시로 방송되잖아…"라며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정한 목소리를 기대했던 부인이 오히려 남편 신구에게 술 때문에 걱정하는 잔소리만 한가득 퍼붓자 "밥은 먹은 거야? 병원에 가도록 해!"라는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결국 잔뜩 혼만 나고 전화를 끊으며 "내가 전화 안한다"며 통화를 마쳐 이들 부부만의 애정을 과시했다.
신구 부부의 통화가 끝나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신구의 모습에 "로맨티스트 쉽지 않네"라는 자막이 뜨면서 한바탕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팔십이란 걸 빨리 잊어야지, 아직 육십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지" 이순재는 자신의 철학이 담긴 한마디로 다음 편을 예고했다. 꽃보다 할배 시즌2 스페인 편은 또 과연 어떤 파란만장한 할배들의 여행 모습이 담길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크다.
연기자로 노장의 베테랑들인 이순재(79), 신 구(78), 박근형(74), 백일섭(70) 4명의 배우가 첫 여행이었던 '꽃보다 할배 시즌1' 의 영광은 시즌2 스페인 편으로 다시 이어졌다.
첫 여행에서는 제작진도 출연진도 다 함께 긴장했던 여행이었다면 두 번째 여행은 이미 나영석 PD와 출연진간의 신경전부터 시작될만큼 긴장보다는 즐기면서 하는 리얼한 배낭여행이 되고 있다. 여러 가지 강도를 높인 제작진과 이를 헤쳐 나가는 출연진과의 흥미로운 경쟁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세월이) 더 빠른 거 같아. 나이가 들수록 그래도 우리가 이런 꽃할배를 통해서 좋은 시간을 갖고 하니까 너무 좋아! (할배들) 이번에 다시 만나고 스태프들 다시 보고 그러니까 떨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배우 신구의 인터뷰 中에서.
■ '시사 할(喝)'은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