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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를 합시다’ 지상파 드라마의 틀을 깨다

정춘옥 기자  2014.03.07 01: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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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싱글남녀의 혼자 사는 이야기를 그린 tvN 채널의 ‘식샤를 합시다’가 마니아층을 양산하며 사랑받고 있다. 결말을 한 회 남긴 이 드라마는 멜로 서스펜스 코미디의 복합장르, 참신한 시도와 다양한 캐릭터, 주 조연들의 뛰어난 연기, 탄탄한 스토리 등으로 방영 기간 동안 ‘웰메이드’라는 찬사를 들었다.
 완성도 외에도 이 드라마가 눈길을 끄는 데는 지상파에 없는 것들을 갖췄다는 것이다. 먹방이라는 형식이나 나홀로 족들과 공감대를 넘어서 지침까지 다룬 것은 드라마와 예능, 인터넷 방송을 넘나드는 독특한 문법이다. 캐스팅과 연기도 지상파의 틀을 깨고 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는 이 시대 청춘에 대한 진정성이 엿보인다. 4명 중 1명이 ‘나 홀로 족’인 현실에서도 그 동안 지상파 드라마는 이 같은 트렌드를 드라마에 적극 반영하지 않았다. 그들은 비록 많은 인구를 차지할지라도 드라마의 주 시청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고부갈등이나 부모의 결혼 반대, 불륜 등의 한정적 소재를 다뤄왔던 것, 그리고 그 소재마저 통찰과 이해보다는 감정 과잉의 막장적 전개에 주로 이용돼 왔던 것에는 그것이 시청률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는 믿음이 배경이 됐다.
 하지만 틈새를 찾아야 했던 케이블 채널의 숙명은 지상파보다 오히려 더욱 진정성에 근접한 성과를 낳기도 했다. ‘식샤를 합시다’는 1인 가구의 소소한 일상이 리얼하게 그려졌다. 패션계 종사자, 세련된 사무실, 잘 차려 입은 정장 등이 등장하는 기존 오피스 드라마들의 판타지와는 전혀 다르게 등장인물들은 고단한 삶을 씩씩하게 살아간다.
 이혼녀인 이수경은 200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으며 직장상사에게 시달리고, 고객응대와 영업활동으로 늘 바쁜 보험판매원 구대영은 화려한 보험왕이 아니라 빚 갚기에 여념 없는 청춘이다. 부잣집 딸로 자랐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든 처지에 처한 진이에게 또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 누구도 드라마틱한 불행에 빠지지는 않지만 그 누구도 실직이나 범죄의 위험 등에서 안전한 미래를 보장받지도 않는다.
 드라마는 세세하게 이들의 관계와 일상을 따라간다. 직장과 집, 일과 사랑의 비중은 현실처럼 비슷하게 할애된다. 음식은 감정과 관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다. 음식을 통해 우정과 연대감,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음식을 먹으며 비관적 처지나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이웃에 대한 연대와 사랑이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위안을 비중 있게 다루지만, 반대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이웃에 대한 불신과 공포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또한, 직장 내의 권력 관계, 직장 문화 등 직장인의 희로애락도 생생히 묘사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 전개도 없고, 외계에서 온 듯한 멋진 구원자도 없고,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재벌 2세란 이름의 왕자님을 기다리는 캔디도 없지만 더욱 강렬한 공감대를 준다. 판타지는 분명 고단한 삶에 위안을 주지만, 때로 나와 닮은 이웃과의 소소한 대화가 더 위안이 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