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 송경호 기자] 미니시리즈는 첫 회가 가장 중요하다. 짧게는 8주, 아무리 길어도 10주면 끝나는 미니시리즈를 긴 호흡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일일 드라마처럼 만들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당연히 첫 회에 얼마나 강한 인상을 남기느냐가 16~20부작 드라마의 시청률을 담보한다.
액션 드라마라면 가장 화려한 액션 장면을 첫 회에 담아야 한다. 멜로 드라마라면 남녀 주인공의 가장 예쁘고 멋진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당연히 첫 회에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고, 첫 회를 가장 공들여 편집한다. 호흡 또한 빨라야 한다.
MBC TV 새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도 그랬다. 2월27일 1, 2회 연속 방송에서 '앙큼한 돌싱녀'는 전작인 '미스코리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감을 보여줬다. '애라'(이민정)와 '정우'(주상욱)가 만나서 결혼하고 이혼한 뒤 다시 만나 갈등을 겪는 과정을 단 두 시간 동안 보여줬다. 주상욱이 찌질한 고시생에서 벤처기업 CEO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줬으며, 이민정은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극중 시기에 맞게 선보이며 미모를 뽐냈다.
MBC가 '앙큼한 돌싱녀'에게 기대하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12~13% 정도가 아닐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시청률 6.4%(닐슨코리아). 물론 '미스코리아'가 6.2%로 마감했다는 것, '앙큼한 돌싱녀'의 첫 회가 방송되던 날이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마지막회가 전파를 탄 날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MBC도 이날 '앙큼한 돌싱녀'가 시청률 10%를 넘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니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1, 2회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앙큼한 돌싱녀' 제작진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는 5일 방송이다. SBS가 '쓰리데이즈'를 새로 시작하는 이날 '별에서 온 그대'의 시청자를 빼앗아와야 하는 것이다. KBS 2TV 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은 이미 고정 시청층이 생긴 상황이어서 시청률이 빠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문제는 SBS의 새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가 너무도 강력하다는 점이다. 먼저 배우들의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연기자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박유천과 연기인생 정점에 서있는 손현주 투톱에 윤제문 장현성 최원영 박하선 소이현까지. '앙큼한 돌싱녀'의 이민정, 주상욱 두 배우만으로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호화 출연진이다.
물론 일당백을 해내는 배우도 있다. 하지만 이민정과 주상욱은 그런 배우가 아니다. 이민정은 아직 대표작이 없는 배우다. 주상욱은 좋은 연기력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서 드라마 전체를 장악해 시청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앙큼한 돌싱녀'는 안타깝게도 이야기의 힘에서도 밀린다. 단순하게 비교해보자. 이혼한 남녀가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게 '앙큼한 돌싱녀'의 골자다. '쓰리데이즈'는 전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대통령이 실종되자 대통령을 찾아 사건을 추적하는 경호원과 대통령의 이야기이다. 시청자들은 어떤 것에 더 흥미를 느낄까. '앙큼한 돌싱녀'는 익숙하고 뻔하다.
익숙하다는 것이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는 뻔하지만 연기자 혹은 캐릭터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경우가 그렇다. '상속자들'은 '꽃보다 남자'와 거의 똑같은 이야기였지만 김우빈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 '김탄'(이민호)이 내뱉는 "나 너 좋아하냐" 같은 대사들이 드라마를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보이게 했다.
'앙큼한 돌싱녀'에서 이런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1, 2회 밖에 방송하지 않았지만 '애라'(이민정)와 '정우'(주상욱)에게서 새로운 매력은 발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할 만한 배우도 아직 없다. '승현'을 맡은 서강준을 기대할만하지만 스타 탄생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앙큼한 돌싱녀'가 3회와 4회에 새로운 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혼한 남녀가 이혼 후 다시 만난다. 이들은 아직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혼녀에게는 연하남이 다가오고, 이혼남을 사랑하는 여자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혼남녀는 다시 만나 재결합 한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앙큼한 돌싱녀'의 시청률은 10%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고 있는 SBS를 MBC가 '앙큼한 돌싱녀'로 누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상황은 '앙큼한 돌싱녀'에 불리해 보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