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큰 사랑을 받은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이제 세계선수권대회를 바라보고 있다.
신미성(36)·김지선(27)·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이뤄진 여자 컬링대표팀과 대표팀의 정영섭(57) 감독, 최민석(35) 코치는 4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환영식에서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은 소치올림픽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국민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 컬링에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컬스데이'나 '컬링돌' 같은 신조어도 등장, 전 국민적인 관심을 실감케했다.
소치 현지에서 선수들은 이런 관심을 느낄 수 없었다.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인터넷을 금지헸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됐는데 그에 반해 목표한 승수를 쌓지 못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격려도 많았지만 악플도 있었다. 보지 않는 것이 선수들을 보호하고, 남은 경기에서 충분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선수들이 잘 지켜줘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선수들은 커진 관심을 한 몸에 느꼈다.
'맏언니' 신미성은 "컬링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나와 작전에 대해 논할 정도로 사람들이 컬링에 대해 많이 알더라.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엄민지는 "규칙을 잘 알아 놀랐다. 빗자루질이라 하지 않고, 스위핑이라고 하더라. '컬링이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에 기뻤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지선 또한 "이제 '헐'이 뭐냐고 질문도 해주고, 나가면 많이 알아봐준다. '전보다 많이 알려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컬스데이'라는 애칭도 선수들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신미성은 "소치에서 기자들에게 듣고 '컬스데이'와 '컬링돌'이라는 단어를 알았다. '왠 컬링돌일까'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줘 그런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이슬비는 "걸스데이 팬들에게 혼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눴다"며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대표팀으로서는 이런 관심에 보답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한국 여자 컬링은 소치올림픽에서 3승6패를 기록,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스위스를 또 이기지 못한 것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감독은 "매 경기가 아까웠지만 세계 최강 스웨덴과 스위스 같은 나라를 잡을 수 있었는데 마무리를 잘못해 역전당했다. 그래서 패배로 이어졌고, 아쉬웠다"며 "그나마 일본과 강국 미국, 러시아를 이겼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 코치는 "스위스전이 가장 아쉬웠다. 일본전을 이기고 스위스를 이기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등하게 가다가 샷 미스를 해 패했다"며 "컬링을 하면서 스위스를 한 번도 못 이겨봤다. 강국들을 많이 이겨봤지만 스위스는 이겨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김민지 또한 "스위스전이 가장 아쉽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이어서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화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치올림픽에서는 관심에 보답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은 15~23일 캐나다 세인트존에서 벌어지는 2014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한국 컬링은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었다.
김지선은 "소치올림픽에 다녀온 뒤 많은 것을 배웠다. 큰 대회이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 지를 느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에서 경기를 잘 운영하다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며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 코치는 "스위스는 한 번도 못 이겨본 팀이라 다가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스위스를 반드시 이기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신미성은 "관심과 사랑에 보답했어야 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이슬비도 "관심을 받은 것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