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에서 온 그대’의 캐릭터에는 현대 여성들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천송이의 캐릭터는 기존 캔디형 여주인공보다 진보했다. 탑스타지만 털털한 성격은 대중의 판타지와 감정이입이 용이한 친근함 사이에 존재한다. 자신의 능력과 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천송이는 현대판 공주다. 그녀는 스스로 성공하고 싶은 오늘날 여성의 욕망을 잘 대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난한 지하방에서 재벌 2세를 기다렸지만 최근 여성들의 판타지는 자신 또한 재벌 2세를 만나도 기죽지 않을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남성에게 보호받고 싶고, 남성을 통해 구원받고 싶은 욕망이 제거됐을 만큼 우리사회나 지상파 드라마들이 진보한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에도 재벌가의 남자는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조연이다. 독립한 여성에게 재벌 2세와의 결혼이란 기껏 잘난 시가의 규칙을 따르느라 고생스럽기만 한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원하는 짝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까? 그래서 그는 별에서 왔다. 경제적으로도 지적으로도 400년의 세월을 산만큼이나 우위에 있는, 심지어 여성을 보호할 초능력까지 갖춘 남성이야말로 이미 별이 된 여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성이 잠시 나락에 빠져도 구원해 줄 수 있는 안전핀이 되기도 한다.
거칠게 말하면 이 드라마의 진일보한 멜로 판타지란 결국 더욱 완벽하고 초월적인 ‘왕자님’의 등장 그 이상이 아니다.
비록 여자주인공이 조신함, 순종, 희생을 요구하는 가부장제 여성상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만 자신을 보호하는 우월한 존재에 대한 갈망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청순가련을 요구하는 남성 판타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불균형한 현대인의 가치관을 여과 없이 반영한다.
이는 경제 불황기 여성 시청자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호황에는 연하남에 순종적인 ‘펫’ 노릇을 하는 남성 캐릭터의 인기가 상승하는 반면, 불황에는 보수적이며 지적이고 능력있는 남성이 절대적인 호응을 받는다.
김수현이 맡은 별에서 온 남자 주인공 도민준은 외모는 연하남으로 성적매력을 갖춤과 동시에 나이 많은 남성의 안정감과 의존하기 좋은 듬직함까지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능력이라는 초월적 보호막까지 있는 막강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