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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노래하는 모던 가야그머…4집 앨범 '사람의 순간'

조종림 기자  2014.02.24 11: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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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모던 가야그머'라는 이색 수식어, '전화상담원 출신 뮤지션'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더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5현 개량 가야금을 뜯으며 노래하는 정민아(35)는 4집 앨범 '사람의 순간'에서 오롯이 '정민아의 음악'을 선보인다. 

"가야금을 하니까 퓨전 국악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엄연한 포크 가수예요. 물론 악기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크고 그것 때문에 얻어가는 것도 많죠. 하지만 저는 포크 가수라고 생각해요."

태도로써의 '포크'를 강조하는 정민아는 이번 앨범에서 가야금을 한층 덜어냈다. 이를 대신해 정민아의 목소리가 자리했다. 정민아의 감성이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43)의 보컬 디렉팅을 거쳐 넓어진 것이다. "완전하진 않지만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말로 언니와 궁합이 잘 맞았죠. 제가 헤매고 있으면 '고단한데 기댈 곳이 없는 느낌으로 해봐'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주셨어요. 이해가 가니까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길에서 만난, 전국 각지의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앨범의 층위를 두텁게 구성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노랫말들이다. 

"가사를 놓고 멜로디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정민아는 작품을 구상 중인 소설가, 뮤즈를 기다리는 시인처럼 전국 곳곳의 낯선 곳에 자신을 뒀다. 곡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때는 가사가 잘 안 써져서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를 만들어도 비슷한 것들만 나왔어요." 

'그때'를 견디다 2012년 5월부터 서울의 도서관들을 훑으며 '가난한 아가씨'의 가사를 썼다. '가난한 아가씨 어딜 가나요. 사랑은 마른 낙엽처럼 이리저리 뒹굴지만 바람은 내 마음대로 불지 않아요. 무심한 바람은.'

정민아는 내친김에 짐을 꾸려 순천, 부산 등 방방곡곡을 돌았다. "어딘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전주 한옥 민박집에 보름 정도 지냈어요. 그 지역 음식을 먹고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서 부딪히는 화학작용들이 있잖아요. '부정한 여인'을 쓴 것도 그때 즈음이죠."

'오늘은 이토록 비참하나 내일은 또다시 아름다우리. 끝나지 않는 삶은 없으니. 끝없는 슬픔도 찰나이니.'(부정한 여인)

"눈이 내리는 밤이면 개 짖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는 원주 토지문화관에서는 가수 김민기(63)를 만나기도 했다. "평소 뮤즈로 흠모하던 사람을 실제로 보니까 아무 말도 안 해도 영향을 받았죠." 수록곡 '울지 말아요'는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에 등장하는 '우는 아이'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다. 

'울지 말아요. 작은 아이여. 이 검은 밤 지나면 산 너머 붉은 해가 기다리고 있어요.'

'홍대의 싸이'로 불리는 블루스 가수 김대중(37)과 함께한 부산공연이 계기가 돼 부산의 대안문화공간 '아지트'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시작하기도 했다.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를 주워담은 시절이다. '사랑 노래'의 고향은 부산이다. 

'나에게 사랑 이야기를 줘. 사랑 노래를 하고 싶어. 지나쳐 버린 사랑의 시간을 줘. 잊어버린 사랑의 향기를 줘. 경험하기 전의 사랑을 줘. 사랑 노래를 하고 싶어.'(사랑 노래)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사람의 순간'은 '이방인'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미완의 유작 '최초의 인간'과 같은 제목에서 출발했다. "사람은 사실 다 똑같잖아요. 태어났을 때나 죽을 때는 특히 그렇고요. 한낱 100년 남짓한 세월만을 서로 다르게 사는건데 사람들이 처음과 끝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최초의 인간'과의 인연은 수록곡 '서른세 살 엄마에게'로 이어진다. 소설에서 불혹의 나이의 주인공이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존재를 찾는다면 서른세 살이 된 정민아는 아홉 살 때 엄마와 함께 갔던 수리산 한증막을 찾는다. 

이제는 손아래가 된 아버지를 만나는 카뮈, 동갑이 된 엄마를 마주하는 정민아는 나란히 '삶' 이전의 '사람'을 말한다. "그런 소설이 있는지 몰랐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다 같은 모양이에요.(웃음)"

정민아는 담담해서 당당했다. "잘 사는 것보다 온전하게 사는 게 좋은 삶"이라는 그녀는 '온전한' 정민아로 다시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다. 3월8일 대학로 학전 블루스 소극장에서 발매 단독 공연을 통해서다.

공연이 이어지다보면 김대중과 함께하는 '사랑 노래'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 노래'를 막걸리를 두 통을 마시고 녹음했어요. 노래는 좋은데 '홍대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앨범에 수록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제외했죠.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