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에서 8 대 2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대패한다. 누구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오랜 명문 구단인 아스널의 추락을 예상치 못했다. 15년째 아스널을 이끌고 있던 벵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벵거는 “거의 배가 난파하는 충격”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고백한다. 팬들과 언론, 심지어 구단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벵거는 ‘난파한’ 아스널을 어떻게 구해냈을까?
위대한 감독들이 공개하는 필승 전략
축구의 세계는 전쟁과 같다. 감독들은 거의 매일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검증과 도전, 칭송과 조롱에 직면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구단주, 팬, 일반 대중, 언론, 그리고 요즘엔 에이전트까지 나서서 감독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이러한 열성적인 관심 덕분에 축구가 현재의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맨유에게 ‘가르마 스코어’로 패배한 벵거 역시 아스널에 부임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다. 특히 오랜 시간 자신을 지지해왔던 팬들의 비난은 그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됐다. 그러나 벵거는 바로 이러한 때가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팀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지도자가 당황하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더 큰 수렁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벵거는 제일 먼저 선수들에게 이틀간의 휴가를 주는 것으로 재건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낙담한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해 상기시키면서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태를 해석하고 동요하지 않는 것.’ 벵거가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러한 자신만의 가치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제국을 27년이나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확고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팀의 공통된 가치를 저버리는 선수가 있을 경우 그것이 데이비드 베컴이라 할지라도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헤어드라이어’를 가동한 것이다.
‘스페셜 원’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조제 모리뉴를 최고의 감독으로 꼽는다. 모리뉴는 다소 거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모리뉴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자기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꼽는다.
‘피땀 어린 노력’의 가치를 믿는 로베르토 만치니, 모든 사람이 ‘저를 소중한 사람으로 대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이마에 새기고 다니므로 이것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브렌던 로저스, 실력 있는 프로들은 절대 혼자 일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도와줄 ‘리더십 팀’의 조직을 강조하는 샘 앨러다이스, ‘우승 DNA’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월터 스미스
이 책은 명장들 특유의 인화력과 리더십의 비밀을 현장감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인 저자 마이크 카슨은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LMA)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명장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까지 접근해 이들의 리더십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철저하게 밝혀낸다. 아울러 생생한 목소리로 정리한 수많은 감독들의 인터뷰, 칼럼, 대화 등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축구가 아닌 ‘진짜 축구’의 이면까지 살펴보는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