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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 아날로그 감성이 뜬다

정춘옥 기자  2014.02.13 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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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되는 불황과 경쟁 사회에서 고단하고 치열한 삶에 지친 대중들이 아날로그 감성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의 인기 비결에도 이 같은 집단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최근 극장가에 트렌드를 반영한 아날로그 감성물이 눈길을 끈다.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배고픈 거리의 음악가 곰 어네스트와 화가를 꿈꾸는 사랑스러운 꼬마 생쥐 셀리스틴이 소중한 꿈을 지키는 과정을 흥미진진한 모험과 따스한 감동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최근의 자극적인 3D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수채화풍의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따뜻한 비주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펜과 잉크로 채워진 아날로그 감성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최소한의 선으로 정확하게 구현하는 드로잉 방법을 사용했다.
 오다기리 조의 내한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행복한 사전’은 엉뚱하고 소심한 한 남자가 출판사 사전편집부에 들어가게 되면서 15년에 걸쳐 한 권의 사전을 완성시키는 모습을 따뜻한 감성으로 담은 작품이다. 15년에 걸친 ‘사전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아날로그적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행복한 사전’은 소설 ‘요시모토 바나나’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부인을 위해 직접 집을 지으려는 89세 할아버지의 뜨거운 사랑과 도전을 그린 ‘해피엔딩 프로젝트’는 실제 캐나다에서 있었던 실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평생을 함께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이 지은 집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살고 싶은 주인공 ‘크레이그’의 작은 외침은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목표와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제 17회 부산영화제 공식 초청 당시 ‘스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해피엔딩 프로젝트’>는 제 37회 토론토영화에도 공식 초청됐으며 살아있는 할리우드의 전설, 제임스 크롬웰의 열연으로 캐나다의 아카데미상으로 알려진 제 32회 지니어워즈와 제 39회 시애틀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