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한층 발전된 신체조건·안정된 자세·축적된 자신감'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4차례 세계기록 수립과 올림픽 2연패라는 위업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상화가 살아있는 신화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덕이다.
이상화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견된 금메달이었다. 이상화는 2012~2013시즌부터 여자 500m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다.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8차례 500m 레이스를 치러 모두 정상에 선 이상화는 지난해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벌어진 2012~2013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여자 500m 세계기록(36초80)을 작성했다.
'여제'의 질주는 멈출 줄을 몰랐다. 이상화는 이후 세 차례 더 세계기록을 경신, 세계기록을 36초36까지 단축했다.
지난해 3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는 2013~2014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7차례 500m 레이스를 치러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는 소치올림픽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년·1992년·1994년), 캐나다의 카트리나 르메이돈(1998년·200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4차례 세계기록 경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안정된 자세'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가장 큰 비결을 꼽으라면 자세다. 자세가 더욱 낮아지고 안정됐다"며 "불필요한 동작도 없어 온 힘을 스케이팅에 쏟아붓는다"고 평가했다.
위엄을 과시한 지난 시즌부터 이상화의 자세는 부쩍 안정됐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는 공기 저항이라는 미세한 차이에도 승부가 갈린다. 이상화는 한층 낮아진 자세로 레이스를 펼치면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상화의 장점은 이같은 낮은 자세를 결승선에 들어올 때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힘을 모두 얼음을 지치는데 쏟아부을 수도 있게 됐다. 스케이팅에 필요한 것 이외에 불필요한 동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김 전무이사의 설명이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비해 줄어든 체중도 한 몫 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당시보다 체중이 5㎏ 정도 줄었다.
일부러 뺀 것이 아니라 강한 훈련에 의해 저절로 살이 빠졌다. 훈련을 거듭해 근력은 한층 좋아졌다. 힘은 늘어나는데 무게가 가벼워져 한층 가속이 붙었다.
이상화가 세계기록을 작성했을 때의 기록을 살펴보면 초반 100m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화가 가지고 있던 스타팅에 대한 약점은 현재로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그는 중국 여자 단거리대표팀을 지도하면서 위징(29), 왕베이싱(29·이상 중국)을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올려놓은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를 만나면서 첫 100m 기록을 확 줄였다.
첫 100m가 좋아진 비결로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신감'이다.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님을 만난 후 첫 100m 기록이 좋아졌는데 기술적으로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코치님께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키워 주신다"고 말해왔다.
크나큰 기대로 인한 부담감이 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자신감을 축적한 이상화는 이날 '강심장'의 면모를 자랑했다.
이상화의 노력이 없었다면 '삼박자'를 갖추는 것은 물론 불가능했다. 이를 위해 흘린 이상화의 땀이 그를 살아있는 신화의 자리에 올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