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변호인’이 천만 관객이 넘는 뜨거운 흥행몰이를 한 데 이어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줄을 잇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가 유례없는 활황을 이루었고, ‘도가니’ ‘더 테러리스트 라이브’ ‘노리개’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사회성 영화 줄 이어
사회성 영화들이 계속적인 인기를 얻으며 제작이 줄을 잇는 것은 관객의 욕망을 영화시장이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비리에 대한 감시 역할을 수행하던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진실에 대한 갈망과 닫힌 사회에 대한 불만들이 극장에서 충족되고 위안받고 있는 것이다.
6일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로 일했던 故 황유미씨의 승소 사건을 다룬 영화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지역별 편파 배정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흥행에서 선전하고 있다.
다음달 6일 개봉예정작인 ‘탐욕의 제국’은 '또 하나의 약속'과 같은 소재를 다룬다.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최첨단산업 삼성반도체 공장의 진실을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다. 기업이 미디어를 통해 초일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동안 밀폐된 공장에서 수백 종류의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며 죽어 간 젊은 노동자들의 숨겨진 목소리를 듣는다.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을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초 개봉 예정인 ‘소수의견’은 강제 철거 현장에서 죽은 16세 소년의 아버지가 진압 중 사망한 20세 의경의 살인자로 체포된 후,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변호팀의 진실 공방을 다루었다.
내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보자’는 2006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을 다룬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사건의 실체보다 진실을 말하고자하는 언론인의 의지와 노력에 초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회성 영화들은 대중들의 커져가는 진실에 대한 욕구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고발성 시사프로그램과 달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미있게 이야기하기’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지적된다.
한 독립영화 감독은 “ ‘변호인’의 정치적 메시지는 상당한 감동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 이 영화의 미덕은 잘 짜진 시나리오와 연출, 연기의 앙상블이다”며, “메시지가 흥미를 유발할 순 있지만 흥행을 결정할 순 없다. 오히려 정치적 영화라는 오해로 입소문이 나기 전에 초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다 떠나서 재미있어서 관객이 몰리는 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