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거장 스티비 원더(64)의 두 번째 내한 콘서트가 펼쳐진 2010년 8월11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원더가 공연 막바지에 '어 타임 투 러브(A Time To Love)'를 부를 때 깜짝 게스트가 등장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나와 팬들을 놀라게하면서 동서양의 음악이 만나는 환상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사물놀이'의 대명사 격인 김덕수 교수(62·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는 3년6개월 전을 떠올리며 "그날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서 30분 더 놀았다. 그게 진짜였는데 그걸 봤야하는데"라며 즐거워했다.
지속적으로 다른 장르의 뮤지션과 협연하며 거침없는 시도를 해온 김덕수가 이번에는 전자음악과 클럽음악을 끌어안았다. 밴드 '일렉트릭 사물놀이(Electric Samulnori)'를 결성하고 14, 21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데뷔무대 '김덕수 일렉트릭 사물놀이'를 펼친다.
김덕수가 장구로 밴드를 이끈다. 지난해 김덕수사물놀이 창단 35주년 기념 공연에서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은 인디 뮤지션 정준석(33)이 기타와 음악감독을 맡는다.
여기에 징(송동운), 건반(이안나), 북(이준형), 베이스(김재호), 꽹과리(문상준), 노래(김나래) 등이 보태지며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8인 밴드 구성이 완성된다.
그룹 '서태지와 이이들' 2집 타이틀곡 '하여가' 등 여러 장르를 종횡무진 한 이력이 있는 터라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일렉트릭'은 꽤 신선한 조합이다. 김덕수는 "희로애락이 있는 한국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렉트릭은 물론 서양의 록&롤, 발라드 , 펑키, 리듬 & 블루스 등 이 장르의 뿌리는 '신명'이에요. 이번에 들려주는 곡들은 코리안 메탈, 코리안 리듬 & 블루스 선율이 되는거죠."
총 14곡을 들려주는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를 살피면, 신곡도 더러 있으나 '육자배기' '흥타령' '가시리' '쾌지나 칭칭' 등 눈과 귀에 익숙한 곡들도 꽤 눈에 띈다.
김덕수는 그러나 모든 곡이 신곡이라고 강조했다. "편곡은, 재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저희가 산타나와 지미 헨드릭스의 곡을 연주해도 그들이 될 수 없죠. 문화적 유전자의 영향을 받게 돼 있기 때문에 우리 스타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00년 전부터 크로스오버는 존재했던 거예요. 이번 일렉트릭 사운드는 새로운 유전자의 개발이지만, 뿌리는 우리 몸 속에 남아 있는 것, 듣고 본 기억이 다 합쳐질 겁니다."
일렉트릭을 "새벽을 깨우는 전기 파워"라고 해석했다. "옛것을 마감하고 진정한 의미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물놀이가 생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옛것이 됐어요. 제가 사물놀이를 시작했을 때, 미쳤다고, '이단아들'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이죠."
김덕수가 홍대앞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사물놀이의 마당은 홍대앞 스탠딩 클럽과 통하는 면이 있다. "마당이 결국 클럽이죠. 모두가 한 공간에서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새로운 에너지 충돌을 위한 상생적인 음악 작업입니다."
새로운 에너지의 충돌이 필요한 건 분화된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삶 속에서 공유하면서 나누는 게 옳지, 록인지 국악인지 굳이 따질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환경이 분화시켜왔어요. 홍대앞에 왜 인디가 생겨났는가? 그 분화에 따른 분출구가 필요했던 거죠."
정 음악감독이 일렉트릭 사물놀이를 구성하는데 주춧돌이 됐다. 아버지뻘인 김덕수와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는 "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어 즐겁다"며 웃었다.
"예전부터 선생님 팬이었어요. 산타나 같은 음악을 하는 사물놀이라고 생각했죠. 선생님 덕분에 리듬을 배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로서 파워를 지니고 계셔서 좋아요. 하하하."
김덕수는 "우리끼리 농담 삼아 몽골에서 공연하자고 해요. 우리에게는 유목민의 피가 흐르잖아요. 칭키즈칸, 광개토대왕 같은 파워로 코리안 메탈을 선보이자는 거죠. 정말 강력한 무대가 될 거예요. 그리고 정말 대한민국 음악을 맛보는 순간이 될 겁니다. 이 음악이야말로 K팝이니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자신의 음악인생 새로운 전환기로 여기고 있다. "전기의 무한한 파워를 합쳐서 새로운 음악적 기운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거예요. 이번 콘서트가 시작이죠. 20년 후에 유행하고 있을 전기 사물놀이의 원조죠. 도전할 때가 온 거예요. 오늘을 위해서 공력을 쌓아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덕수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레이블 '난장'을 통해 일렉트릭 사물놀이 앨범을 낼 계획도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KT&G 상상마당과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매 3만원, 현장구매 3만5000원. 02-330-6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