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소득을 거둔 전지훈련이었다."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은 2일 오전 7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헙 센터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20일 동안 이어진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미국과의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이번 미국 전지훈련 기간 동안 치른 총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1승2패의 성적을 거뒀다. 앞서 코스타리카(1-0 승)·멕시코(0-4 패)와 겨뤘다.
경기를 마친 홍 감독은 "오늘 양팀 다 좋은 경기를 했다"며 "특히 저희 선수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발휘했다. 결과는 패했지만 선수들에게는 만족한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패인에 대해 그는 "너무 이른 시간에 첫 번째 골을 내줬던 것이 경기 전체적인 흐름을 바꿔 놓았다. 미국이 우리보다 경험·결정력적인 부분에서 앞섰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팬들에게 경기 결과를 납득시킬 수는 없다. (패배에 대해선)팀의 감독인 내가 비난 받아야 한다.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차례의 평가전에 이어 홍 감독은 이날도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홍 감독은 "코스타리카와의 첫 번째 평가전과 비교해 3명의 선수를 다르게 기용했다. 체력적인 부분도 고려했고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테스트를 해봤다"며 "선수들이 힘든 상황을 얼마만큼 잘 견뎌낼 수 있는지 미국전에서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수 교체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전지훈련이 이날 미국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브라질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진행된 동계 전지훈련이었던 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다.
홍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많은 소득을 얻었다. 우리가 월드컵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또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미리 느낄 수 있었다"며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그 외에는 모두 만족한다.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훈련을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잘 견뎌줬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불만은 없다. 오늘 선수들과 헤어지는데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사이 유럽파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펄펄 날았다.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박주호(27)·구자철(25·이상 마인츠) 등이 골소식을 전했다.
홍 감독은 "다음달 5일 그리스전에는 월드컵에 나갈 정예 멤버를 투입할 생각이다. 그 때는 유럽파들도 전원 소집한다"며 "그리스전은 월드컵을 앞두고 할 수 있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겠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현역 시절 미국 프로축구(MLS) LA갤럭시(2003~2004년)에서 1년 동안 활약했다.
옛 친정팀을 다시 찾은 홍 감독은 "10년 만에 LA갤럭시 홈구장에 오게 돼 행복했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이곳에서 경기를 펼치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장까지 찾아와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50) 미국대표팀 감독은 "전지훈련을 마친 뒤 치른 첫 A매치였는데 선수들이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고 2골을 뽑아냈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기였다"고 이날 경기를 총평했다.
한국의 경기력에 대해 그는 "한국은 우리와의 대결이 올 들어 세 번째 평가전이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9번(김신욱)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나머지 선수들의 압박도 뛰어났다. 저희 수비가 잘 막아준 덕분에 실점 위기를 넘겼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어 "한국은 이번 전지훈련에 주전급 유럽파 선수들이 모두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그들까지 합류한다면 앞으로 있을 월드컵 본선에서 훨씬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