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해설가로 변신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 이영표(37)가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지난 16일 KBS 해설위원으로 위촉된 이영표는 30일 한국과 멕시코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통해 해설가 데뷔전을 치렀다.
이영표는 이날 첫 해설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리 있는 해설 솜씨를 뽐냈다.
특히 2002한일·2006독일·2010남아공 등 3차례 월드컵 출전 등 A매치 127회 출장 경험,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2002~2005 PSV 에인트호벤)·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2005~2008 토트넘)·독일 분데스리가(2008~2009 도르트문트)·사우디 리그(2009~2011 알 힐랄)·북미 리그(2011~2013 캐나다 벤쿠퍼 화이트 캡스) 등 해외 리그 경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이면서 현장감이 녹아있는 해설은 가히 일품이었다.
이날 이영표는 풍성하고 알찬 해설 못잖게 진심을 담은 고언으로도 주목 받았다.
앞서 16일 이영표는 KBS로부터 해설위원 위촉장을 받는 자리에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려면 칭찬이 중요하다. 칭찬을 통해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감은 물론 더욱 많은 것을 얻도록 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다"고 말해 비판 보다는 칭찬에 무게중심을 두고 해설할 것임을 알렸다.
그러나 한국이 경기 초반의 대등했던 경기력을 이어가지 못한 채 멕시코에게 0-3으로 압도당하자 변명이나 옹호를 해주기 보다 선배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
"수비수는 수비 위치에 있다고 해서 수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수비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선수는 자신과 상대 그리고 공의 위치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A매치에서 3-0은 2-0과 다르고, 3-1은 3-0과 다르다",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3-0이 됐는데도 선수들의 몸놀림이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전술적인 것을 논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을 논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특히 '멕시코의 신성' 알란 풀리도(23·티그레스)가 후반 44분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면서 0-4로 스코어 차가 더 벌어지자 "좋지 않은 경기를 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에게는 마지막까지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기고 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대표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다"고 충고했다.
'스타 플레이어' 보다 '국가대표'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하며 몸바쳐 그라운드를 누볐던 축구선수로서의 절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영표는 훈계만 한 것이 아니다.
경기가 한국의 대패로 끝난 뒤에는 홍명보호를 향해 "2002 한일월드컵 전에도 대표팀은 많은 패배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런 패배들이 아름다운 결실로 이어졌다"고 격려하며 진한 애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