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는 진짜 낙하산이었던 것인가? 새누리당 공천을 앞두고 야권은 물론,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조차 서청원 후보에 대해 ‘낙하산 공천’ 비판이 쏟아졌었다. 김기춘-홍사덕 등 친박 올드보이 부활의 일환으로 서청원 후보도 박근혜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원내 복귀에 나섰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서청원 후보 역시 선거 과정에서 이 같은 설을 굳이 숨기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서청원이라는 거물을 다시 불러들인 것일까? 단순히 대선을 도왔던 보은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다 확실한 친정체제 구축이다. 나아가 김무성 등 복박 인사들에 의해 신박 세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도 타개하고자 하는 내막이 있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발로 여권이 분화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원조 친박 vs 탈박으로 새누리당이 분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청원, 스스로 ‘낙하산 자임’…후폭풍은 오히려 여당에서
10.30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20일, 서청원 후보는 선거구 곳곳을 누비며 분주히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화성시 향남읍 발안시장에서 가진 총력 유세에서 서 후보는 야당의 ‘낙하산 공천’ 공세에 거리낌 없는 모습으로 맞섰다.
서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를 보고 낙하산을 타고 왔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치자”며 “그런데 전쟁에서 낙하산 부대가 없으면 되겠느냐”고 ‘낙하산 공천’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는 사실상 서 후보 스스로 ‘낙하산’임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이 해석되어졌다.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비난을 쏟아냈다. 이튿날인 21일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서청원 후보는 무슨 전쟁을 하려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는 만용을 부리느냐”며 “선거를 전쟁하듯이 생각하는 서청원 후보야말로 구멍 뚫리고 끈 떨어진 낙하산의 전형”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사실 야당의 이 같은 비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오히려 야당보다 여당 내부적으로 더 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당과 청와대 모두 적극적으로 부인했던 ‘청와대 서청원 공천 입김설’을 당사자가 사실상 직접 시인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복박 김무성 의원이 견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권 안팎에서는 김무성 의원에 대해 진영 전 장관 및 유승민 의원 등과 함께 탈박의 중심에 서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진 전 장관의 항명성 사퇴나 유 의원처럼 대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이미 그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탈박 인사가 됐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서청원 전 대표에게 있다. 청와대에서 서청원 귀환을 추진한 자체가 김무성 의원에게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팽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으로서는 자신의 의도여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탈박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김무성 의원이 차기 당권 도전 의사나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감추지 않고 밝히는 것도 이 같은 서청원 견제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래권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은 계속 강력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상황에서는 김 의원으로서도 미래를 모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서청원 전 대표까지 원내로 복귀하고 나면 더욱 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이미 서청원 카드를 통해 자신을 견제하고 있는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한 이상, 김무성 의원으로서도 더 이상 차기 플랜을 주머니 속에서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수 없게 됐다. 일찌감치 ‘미래권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당의 세력 균형이 청와대로 더 이상 쏠리는 현상을 막아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즉, 김무성 의원은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긋고 대선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왜 올드보이들인가?
정치전문가들은 최근 민주당 오일룡 후보의 추격세가 가파르다고는 하나, 객관적 여론조사 결과들이나 보수 강세인 수원 지역에서 서청원 후보가 승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궐선거 자체보다 그 이후 정국 상황에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범친박계의 분열을 필두로 한 여권의 내분이다. 정권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아 당내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발탁했을 때부터 마음을 다잡아먹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인사 문제를 비롯해 야당의 국정원 대선개입 파상공세까지 정권이 흔들리고 있을 때 안정적으로 지탱해줄 수 있는 것은 7인회를 중심으로 한 올드보이들 밖에 없다고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서청원 전 대표의 당내 역할론이 김기춘 실장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김무성 의원 등 탈박 인사들이 서청원 전 대표 중심의 당 체제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충분히 탈레반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분으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는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친이계 인사들이 탈박 인사들과 결합하며 비박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는 곧 정권의 국정장악력을 한없이 약하게 만드는 동력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결국 솥뚜껑보고 놀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100%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박 대통령은 지금 집안 단속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단속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분란의 씨앗을 심어 놓은 모양새다. 친박 vs 비박 새누리당은 지금 다시 새로운 갈등 속으로 휘말려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