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변화와 조절을 강조하며 햇볕정책에 대해 미묘한 비판에 나섰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로 읽힐 수 있어 시점상 양쪽간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고 전 총리는 8일 오후 안동대 특강에서"북핵 실험이라는 중대한 상황변화가 생긴 만큼 대북협력정책의 수준과 방법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햇볕에도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 포용정책도 강온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북한 탓에 싸늘해진 남북상황에서는 유화정책을 실용적 중도노선으로 신속하게 교정해 동포애와 제재를 합리적으로 배합해야 한다"며 이른바 '가을 햇볕전략' 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기존의 경협사업을 그대로 고집하는 경직된 유화책은 지혜롭지 못하며 동포애와 함께 추상같은 제재를 배합한 가을 햇볕전략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면서"긴박한 상황에서 감상적 유화주의는 국가안보를 위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DJ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햇볕정책 고수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햇볕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 전 총리의 주장은 DJ에 대한 일정한 '거리 두기' 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아직도 호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DJ가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최근 정계개편 과정에 의미 있는 변수로 등장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고 전 총리는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핵실험 전엔 '북핵 일리 있다'는 북핵용인 발언도 불사할 정도로 대북 유화정책을 밀어붙였던 노 대통령은 핵실험 이후 유화책 포기의사를 밝혔다 하루밤새 유화책으로 돌아갔고 요즘은 아예 '안보 위협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며 안이하고 경직된 '유화고수론'을 펴고 있다"며"정부와 여당은 엉거주춤한 채 원칙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맹공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