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설경구(45) 엄지원(36) 이레(7)의 휴먼 드라마 ‘소원’(감독 이준익)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원’은 개봉 이후 첫 주말인 4~6일 3일 동안 전국적으로 8962회 상영되며 47만5611명을 모아 1위에 올랐다. 2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은 79만9552명으로 불어났다.
‘소원’은 개봉일인 2일과 개봉 다음 날이자 개천절로 첫 휴일이었던 3일에는 함께 개봉한 휴먼 액션 드라마 ‘깡철이’(감독 안권태)에게 연거푸 패했다. 청춘스타 유아인(27)과 ‘국민엄마’ 김해숙(58)의 만남, 휴먼 드라마와 누와르의 조합, CJ E&M의 막강 배급력 등 삼각편대를 업은 ‘깡철이’는 ‘소원’ 보다 1000회 가량 더 많이 상영되며 하루에 3만~4만 관객씩 더 많이 들이며 1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첫 주말 3일이 시작되던 4일부터 얘기가 달라졌다. 예상을 뒤엎고 ‘소원’이 이겼다. ‘깡철이’가 상영 규모가 훨씬 컸지만 1위는 분명 ‘소원’이었다. 하루는 그럴 수 있다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5일에도 ‘소원’이 또 1위였고, ‘깡철이’는 다시 2위에 머물렀다. 6일에도 순위는 변함 없었다. 상영 규모는 ‘깡철이’가 여전히 앞선 상태였다. 그러나 관객 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주말 3일간 ‘깡철이’는 40만7707명을 끄는데 그쳤다. 1만1094회 상영돼 ‘소원’에 비해 되며 2132회나 많이 상영됐지만 관객 수는 오히려 6만7904명이나 적었다.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78만49명으로 5일까지 앞서고 있던 누적관객 수 마저 ‘소원’에게 역전을 당했다.
영진위의 6일 스크린 점유율 집계에서 ‘깡철이’(15.7%)는 ‘소원’(15.1%)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좌석점유율 집계에서는 ‘소원’(33.8%)이 ‘깡철이’(20.1%)를 압도했다. 더구나 ‘깡철이’의 스크린 점유율은 계속 하락세인 반면 ‘소원’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극장들이 당초 주력 상품으로 ‘깡철이’를 내세우다가 ‘소원’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소원’은 남녀노소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30대 이상 남녀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초 이 영화는 ‘아동 성폭행’이라는 소재 때문에 ‘도가니’(2011), ‘돈 크라이 마미’(2012), ‘공정사회’(2013) 등 기존 성폭행을 다룬 영화들과 한 부류처럼 여겨져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사회 고발이나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 아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치유해 일상에의 복귀를 소원하는 영화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어느새 ‘필람 무비’로 자리잡고 있다.
8~9일이 평일인 점을 감안하면 평일 낮 극장가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30대 이상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깡철이’의 주 관객층인 10~20대 남녀의 경우 평일에는 상대적으로 극장을 찾는 일이 적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원’의 우위는 8~9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소원’은 9일 낮 또는 밤, ‘깡철이’는 그보다 늦은 9일 밤 또는 10일 낮에 1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글날인 9일로 예정된 여진구(17) 김윤석(45)의 범죄 액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의 개봉도 ‘소원’ 보다 ‘깡철이’에게 악재가 될 조짐이다. 유아인 못잖게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여진구의 주연작인 점, 액션물이라는 점 등이 ‘깡철이’의 관객층을 빼앗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강호(46) 이정재(40) 조정석(33) 백윤식(66) 이종석(24) 김혜수(43)의 사극 ‘관상’(감독 한재림)은 이들 신작들에게 밀려 전주 1위에서 3위로 두 계단 내려왔다. 5496회 상영되며 29만731명을 앉혔다. 9월11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871만2867명이다. ‘화이’가 같은 배급사(쇼박스) 작품인 만큼 9일에도 스크린이 유지될는지가 900만 달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4위는 베라 파미가(40) 패트릭 윌슨(40) 릴리 테일러(46)의 할리우드 호러 ‘컨저링’(감독 제임스 완)이다. 역시 두 계단 하락했다. 4744회 상영되며 21만3587명을 들였다. 6일에만 6만7347명을 모아 9월17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을 204만3248명으로 늘렸다. 개봉 20일만이다.
5위는 휴 잭맨(45) 제이크 질렌할(33)의 신작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 ‘프리즈너스’(감독 드니 빌뇌브)의 차지다. 2680회 상영되며 7만5571명을 끌었다. 2일 개봉 이후 누적관객은 14만1274명이다.
설경구가 문소리(39) 다니엘 헤니(34)와 호흡한 코믹 액션 ‘스파이’(5만1212명, 누적 340만5576명)는 9월5일 개봉해 한 달이 다되도록 녹슬지 않는 흥행력을 과시하며 6위에 올랐다.
7~10위는 해외 만화영화들이 나눠 가졌다. 할리우드산 ‘슈퍼배드’(4만374명·누적 89만4290명)와 ‘몬스터 대학교’(3만6483명·〃82만1226명), 남미산 ‘로덴시아: 마법왕국의 전설’(3만1957명 ·〃5만8402명), 프랑스 산 ‘정글번치 : 빙산으로의 귀환’(2만2055명 ·〃4만1824명)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