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 방안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응시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A형(쉬움)과 B형(어려움)으로 구분된 수준별 수능을 폐지하고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 또한 3000개가 넘는 대입 전형을 수시모집 4개, 정시모집 2개 이하로 단순화해 전형 유형을 정리한다. 성취평가제 반영은 유예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은 시행하지 않는다. 최종안은 공청회를 개최해 10월 말 확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대입개편안을 발표하며 대입전형을 간소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목표를 뒀다고 밝혔다. 대입전형 유형을 수시 4개, 정시 2개 이하로 제한하면 실질적으로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합해 약 1000개 정도의 전형이 나올 수 있다. 전형 개수로만 보면 최소한 절반 이상 간소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내신, 수능, 논술 모두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오히려 수시모집에서 수능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기 때문에 논술의 영향력이 커져 논술을 대비하는 사교육이 더 확산할 우려도 있다.
교육부는 논란이 되었던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해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이는 역사교육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제는 암기 위주의 교육, 학생들의 학습 부담, 사교육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한국사 교육을 내실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한국사 수업을 매 학년 꾸준히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편해 탐구·조사·토론식의 체험·참여형 수업이 확산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교육계도 한국사를 바르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육부 방안 중 관심이 가는 대목은 균형적인 학습과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문·이과를 통합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는 현행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문·이과 완전 융합안 중 현행안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문·이과 완전 융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교육부의 대입개편안도 조령모개(朝令暮改)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놨던 국어·영어·수학의 수준별(A/B형) 수능, 성취평가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등을 제대로 시행도 하지 못하고 유보하거나 폐지했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잘못된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 잡는 게 좋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만 주고 시행도 못하고 폐지하는 것은 교육부가 얼마나 허술하게 정책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정부 스스로 대입제도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의 경우 수백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점에서 정책결정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그동안 대입제도를 수십 차례 변경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고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게 한 현실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대입제도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육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입제도는 그간 너무 자주 변경되어 교육현장에 혼란을 주고 사교육 확산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해 왔다. 조령모개 대입정책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차제에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정책실명제 도입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