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에번스(32) 틸다 스윈턴(53) 송강호(46)의 SF 블록버스터 ‘설국열차’가 개봉 15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투자배급사 CJ E&M은 ‘설국열차’가 14일 오후 12시5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서 700만2107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1132만명, 2009)의 19일,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3’(778만명, 2011)의 20일, 코미디 ‘7번방의 선물’(1281만명, 2013)과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명, 2012)의 21일을 앞섰다. 특히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900만명, 2013)와는 500만명 10일, 600만명 12일로 타이를 이뤘으나 700만명에서는 ‘아이언맨3’의 21일을 압도했다.
700만 관객을 달성하게 되자 ‘어게인 2006’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44) 감독이 2006년 재난 블록버스터 ‘괴물’로 거둔 대기록을 7년만에 재현하는 것을 뜻한다. ‘괴물’은 영진위 통합전산망이 구축되기 전 집계인 영진위 공식통계에서 누적관객 1301만9740명으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아바타’(1362만4328명, 2012)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괴물’이 누적관객 1091만7204명으로 6위에 랭크돼 있는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도둑들’(1298만명, 2012)과의 비교가 근거다. 마침 ‘도둑들’은 지난해 7월25일 개봉해 ‘설국열차’와 상영 시기도 엇비슷하다.
500만 돌파에는 두 영화 모두 10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600만 관객 돌파부터 차이를 보였다. ‘도둑들’은 11일이 걸려 ‘설국열차’의 12일보다 하루 빨랐다. 700만 관객 돌파는 ‘도둑들’이 13일로 ‘설국열차’ 보다 이틀 앞섰다.
시장 상황도 ‘설국열차’에게 불리하다. ‘도둑들’은 지난해 여름 최강자로 꼽히던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7월19일 개봉해 300만명을 모은 바로 다음날인 25일 막을 올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끌어내리고 1위로 출발했다.
개봉 7일째를 맞아 힘이 다소 빠진 할리우드 영화와 맞붙은 ‘도둑들’과 달리 ‘설국열차’는 시나리오, 연출, 배우 등 경쟁력을 갖춘 하정우(35)의 재난 스릴러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와 함께 출발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설국열차’를 잡지는 못했지만 13일까지 1, 2위 구도를 유지하며 ‘설국열차’의 힘을 뺐다.
개봉 14일째 날의 스크린 점유율은 ‘도둑들’ 27.3%,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16.3%였지만 ‘설국열차’는 24.6%, ‘더 테러 라이브’는 19.2%다. ‘설국열차’의 스크린 독점을 ‘더 테러 라이브’가 막고 있는 셈이다. 같은 날 좌석 점유율은 ‘도둑들’ 31.4%, ‘다크나이트 라이즈’ 23.4%였던 것과 달리 ‘더 테러 라이브’는 24.5%로 ‘설국열차’의 22.7%보다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둑들’은 개봉 15일째 되던 8월8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새 경쟁작을 맞았다. 전날까지 760만명을 모은 상태였고 두 영화 모두 사극이라 ‘도둑들’과의 경쟁보다 자체 경쟁에 더 바빴다.
‘설국열차’도 개봉 15일째인 14일 새 경쟁작 두 편을 맞는다. 두 영화 모두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순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장혁(37) 수애(33)의 재난 블록버스터 ‘감기’(감독 김성수)와 순제작비는 25억원에 불과하지만 영화 자체의 힘으로 주목 받는 손현주(48) 문정희(37) 전미선(43)의 스릴러 ‘숨바꼭질’(감독 허정)이다.
더구나 ‘감기’는 ‘설국열차’의 투자배급사인 CJ E&M이 메인 투자한 영화다. 배급은 ‘감기’ 제작사인 아이러브픽쳐스가 자체적으로 한다지만 막대한 돈이 투자된 만큼 CJ E&M이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다. ‘
더욱 주목할 것은 개봉 13일째이자 두 번째 주말을 보내고 맞이한 월요일의 드롭율이다. ‘도둑들’은 8월6일 40%로 나타났다. 반면 ‘설국열차’는 12일 60%를 보였다. 관객이 그만큼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설국열차’의 순제작비는 430억원(4000만 달러)이다. 국내 개봉 전 167개국에 선판매돼 이미 순제작비의 절반인 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따라서 국내에서 2000만 달러만 벌면 됐다. 그 분기점은 600만명이다. ‘어게인 2006’을 달성하지 못해도 금전적 손실은 없게 됐다.
따라서 이제는 ‘설국열차’가 작은 한국 시장에서 ‘앞칸 영화’ 노릇을 하며 ‘어게인 2006’을 꾀하기보다는 해외로 나가 맷 데이먼(43)의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엘리시움’(감독 닐 블롬캠프)과 경쟁할 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