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경찰과 검찰의 축소 조사 의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열고 국회에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공동행동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건이 제2의 촛불집회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학가, 시국선언 이어져
서울대 총학생회는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수사기관의 축소수사, 법무부의 수사 간섭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자행한 민주주의 훼손을 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짓밟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총학은 성명 발표에 이어 시국선언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조사와 관련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국선언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이날 낮 12시 교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의 축소수사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를 비웃 듯 국민들을 통제하고 군림하려는 반민주적인 행위들을 서슴지 않았다"며 "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고 21일 오전 11시 순헌관 사거리에서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 및 시국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또 연세대와 고려대, 부산대 총학생회가 동참을 준비 중이고 동국대와 가톨릭대 총학생회가 이날 온라인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사회·종교계도 한 목소리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도 이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 개입에 공모한 경찰들을 고발하고 각종 규탄집회를 열었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김 전 청장과 함께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최현락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이병하 당시 수사과장 등 경찰 17명을 고발했다.
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도 같은 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을 하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야당도 국민행동 추진…공동행동으로 커질 듯
야당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장외집회와 국민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이기로 의견을 모으고 2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진보정의당도 21일부터 거리로 나가 '대통령 사과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국민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진보정의당은 향후 정당, 시민사회단체들과 국민행동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