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특위는 21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친일성향 논란, '항공권깡' 의혹, 위장전입, 공금 유용 을 놓고 정밀 검증에 나섰다.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거센 공세에 나선 반면 새누리당은 해명 기회를 주는 등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등 공금 유용 의혹에는 진땀을 빼면서도 ‘항공권깡’, 친일 성향의 판결, 위장전입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출장비 내역 등 의원들의 요구한 자료 제출에“검토하겠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혼쭐이 나기도 했다.
◆특정업무경비 등 공금 유용 의혹 ‘집중추궁’
야당 측에서는 이 후보자의 공금 유용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 후보자의 계좌 조사 결과 6년간 비슷한 날짜에 300만~500만원씩 정체불명의 돈이 입금됐다. 2억7000여만원이 소명되지 않는다”며 “정체불명으로 6년간 고스란히 계좌로 들어온 특정업무경비가 곧바로 예금이 증가한 이유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공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최재천 의원도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고 사용하면서 보험료와 카드값 등이 빠져나가는 등 공적인 자금과 혼재돼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횡령”이라고 이 후보를 추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즉답을 하지 못한 채 망설이자 최 의원이 “대법원 판결 따르면 횡령 맞죠? 이 후보자가 검찰이면 고발해서 횡령으로 기소할 것이냐, 말 것이냐”고 따지자“횡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라며 진땀을 뺐다.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도“2007년부터 2년간 셋째 딸을 유학 보내면서 생활비를 절약해서 월급을 저축할 수 있느냐”며 “특히 월급이 500만원 미만인 세 명의 미혼 자녀들이 월 250만원을 생활비로 줬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따졌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공무원생활 40년 가까이 해봤지만 조금도 부정한 돈은 받지 않았다. 전 재산은 살고있는 집을 포함해서 15억원”이라며 “제가 갖고 있는 통장 100% 의원들께 다 제출했다. 역사상 청문회에서 자신의 모든 통장내역 다 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친일성향 판결도 ‘도마’
이날 이 후보자가 2011년 3월 ‘친일재산 환수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에 일부 위헌 의견을 제시한 점을 놓고 친일 성향의 판결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친일 의혹을 제기한 야권을 비난하면서 이 후보자를 감싸안았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후보자의 친일재산환수특별법과 관련, “후보자가 마치 친일성향을 가진, 소위 친일 반국가적 행위를 한 사람들의 재산을 환수해서 국가에 귀속시키는 걸 전면 반대한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한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반대의견을 낸 부분은 ‘일정시기(러일전쟁)에 재산을 취득하면 친일대가로 취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으로 전체 친일 행위자에 대한 재산몰수조항을 소급해서 위헌이냐가 큰 쟁점이었다”며 “소급입법금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합헌의견을 냈다”고 답했다.
이어“대대로 상속받고 친일대가가 아니라는 건 당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게 다수의견이다. 제 의견은 이미 100년 지났는데 사실상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입증이 어려우니까 그에 한해 적용하는 한 위헌이다, 한정위헌의견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헌재에서 낸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다고 헌법 수호의지가 없다고 폄훼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며 “헌재는 진보에서 보수까지 이념적 성향을 아우르는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것이 당연하다. 만장일치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이 후보를 옹호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제 진의가 위안부 할머니나 애국자,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절대 친일이나 위안부의 아픔을 모르는 재판관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인식됐다면 이 자리를 빌려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항공권깡’ 논란…이동흡 “사실이면 바로 사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개최된 제7차 국제법회의에 참석할 당시 주최 측이 제공한 이코노미좌석을 비즈니스좌석으로 바꾼 뒤 차액 412만4070원을 헌재에 청구하는 이른바 '항공권깡'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항공권깡이 사실이면 바로 사퇴하겠다”며 “당시 대륙별 두 나라를 초청했는데 아시아에서 뽑혀서 비즈니스를 타도 되지만 이코노미석을 보내와서 차액만 내고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의 잦은 해외 출장도 도마에 올랐다.
서영교 의원은 “재판관으로 있는 동안 부인과 함께 해외에 나간 것이 11번, 본인이 다녀온 게 24번”이라며 “해외출장에 갈 때도 부인을 동반하는 것이 관례냐”고 따졌다.
특히 최재천 의원은 “정치적 편향성, 수많은 도덕적 의혹, 공사도 구분 못하는 문제, 해외 출장 때마다 부인을 동반하고 자녀 유학에 해외 출장을 맞추는 등 수많은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 후보자는 '생계형 권력주의자'다. 헌법재판관이라는 최고 권력을 개인의 향락을 위해 썼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이 후보자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헌재가 갖고 있는 출장비용명세서에 후보자가 쓴 돈만 나오고 부인이 쓴 내역이 없다면 후보자 개인 돈으로 간 것 아니겠나”라며 “(부인 해외출장 동반이) 이 후보자만의 독특한 케이스(사례)는 아니다”라고 이 후보자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