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재 기자 2013.01.15 16:34:00
이강국(68·사법시험 8회) 헌법재판소장은 15일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이동흡(62·사법연수원 5기) 헌재소장 후보자의 자질 논란과 관련해 “안타깝다”고 속내를 밝혔다.
6년간 임기를 마치고 공식 퇴임하는 이 소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헌재소장은 사회 갈등과 대립을 통합해야 하는 조직의 수장인 만큼 국민들이 박수를 받으며 선출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2006년 첫 여성이자 최연소 소장이 될 수 있었던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관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낙마했던 것을 상기하며 “6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6년 후에 또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관 호선 선출 ▲정당 추천의 경우 3분의 2이상 찬성 등의 방식을 제안했다.
이 소장은 “6년 임기를 2~3년 정도로 줄이면서 재판관 2~3명이 돌아가며 소장을 맡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며 “또 독일연방헌법재판소처럼 재판관을 선출할 때 의회의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도록 해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사람은 재판관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는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개헌 논의가 이뤄질 때 이 문제도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헌법재판관의 덕목으로는 ▲헌법 수호 의지 ▲국가권력 남용 통제 의지 ▲사회통합 의지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또 정치·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심판에 기대지 말고 대화와 토론으로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헌재가 정치·경제·사회 현안을 해결한다면 법률적 적합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그러다보면 사회적 합목적성은 찾기 어려워진다”며 “정치·사회가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보수와 진보간 대립에 대해서는 “편가르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개인 한 명에게도 보수적인 면과 진보적인 면이 있지 않나. 보수 중에서도 합리적인 보수와 건강한 보수, 따뜻한 보수가 있고 진보도 종북진보, 책임진보 등이 있지 않는가”라며 “나의 경우 가정교육이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보수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 개혁 의지면에서는 진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퇴임 후 법률구조공단에서 법률상담을 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대학 강단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소장은 “인생 이모작을 해서 퇴임 후에는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 공단에서 자원봉사단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며 “이미 공단의 승낙까지 받아놨다”면서“대학에서 새세대를 위한 교육도 하고 싶다”며 “이왕이면 한 곳에 적을 두고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시는 공직에 몸을 담지 않을 계획”이라며 “다만 통일이 된다면 통일헌법을 만드는 데에 참여하고 싶은 것이 내 마지막 소망이자 희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