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2012.11.16 18:57:23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정치적 결별’ 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강한 견해차를 보였던 양측이 정치적으로 사실상 '동행'하기 어려운 과정에 처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규 순활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의결권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문제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속에 당초 김 위원장이 제안한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핵심적 '재벌개혁방안'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당초 야당에 버금가는 내용으로 추진돼온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이 대폭 조정되는 쪽으로 정리된 것이다.
앞서 박 후보는 공약 발표 전날 공약위원회를 열고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민주화 공약안을 최종 확정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공약 발표장에서 공약 설명을 맡은 진영 정책위의장은 김 위원장의 불참에 대해 "참석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전화 통화가 안돼서…"라며 말을 아꼈다.
진 정책위의장은 "국민행복 추진위에서 제안했던 내용이 대부분 수용됐다. 몇 부분이 빠져있는데 박 후보와 김 위원장간 의견 차이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통화가 안되서 그 부분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도 이날 오후 경상남도 진주시 혁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의 향후 어떻게 되는 것인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상태다.
◆박근혜-김종인 경제민주화 어떤 차이가 있나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의 핵심 요인은 경제민주화 공약의 방향이다. 박 후보는 재벌의 불법 행위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예로 제시한 것이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방안이다.
이는 기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많은 비용을 소요하지 않으면서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만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정경쟁을 왜곡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면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펼쳐왔던 것이다.
◆왜 김종인 경제민주화 못 받았을까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김 위원장의 재벌 개혁 방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보수표를 의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상황에서 박 후보가 재벌 개혁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다면 그 파장은 불보듯 뻔할 것이다.
당장 전통적 지지 기반층으로 볼 수 있는 대기업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대선 판세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로서는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 후보는 전통적인 보수층 표를 지키고 경제민주화를 이뤄내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밝힘으로써 '안정속 개혁'을 추진하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내 재벌친화적인 인사들의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박 후보의 경제통으로 잘 알려진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간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경제 인사들 역시 박 후보에게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인-박근혜 사실상 정치적 결별 수순 밟나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공약 발표장 불참을 두고 사실상 정치적 결별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김 위원장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불만을 표시하며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인사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박 후보와의 결별설에 대해 "결별이 간단하겠는가"라고 입장을 밝힌 것을 염두한 듯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결별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현재까지 박 후보도 이와관련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김 위원장도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김 위원장의 그간 발언과 행적을 볼 때 새누리당에서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실현시킬 수 없다는 확신이 들면 언제든 과감하게 떠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