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0여일 앞둔 가운데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오는 10일 종합정책 발표 전까지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양측이 단일화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 후보 측 미래캠프는 2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공동의 국가비전 마련 ▲후보선출 방식 합의 ▲세력통합 방안 합의 등 단일화 3대 조건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국가비전에 합의를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 양 정책진영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후보 측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이날 "논의할 정책이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에 (정책 논의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단일화협상과 정책협상은)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식 미래캠프 지원단장도 "후보선출 방식과 세력통합 방안 논의는 10일 이후에 이뤄질 수밖에 없겠지만 공동 국가비전 협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단일화 과정에서 국가비전이 실종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 시한으로 정한 10일 전까지는 국가비전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그 이후로는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 측은 종합정책 발표 시점도 안 후보의 정책발표 다음날인 11일로 잡았다. 하루라도 빨리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후보 측이 안 후보를 향해 끊임없이 단일화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도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보다 상대적으로 절차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바일 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투표를 할 경우 적어도 후보등록일(11월25일) 1~2주 전에는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여전히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단일화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또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가는 과정 없이, 정치인들끼리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은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도 문 후보 측의 공동국가비전 협의 제안에 대해 "두 후보가 각자의 정책과 공약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현재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 중에는 '빨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단일화를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다. 민주당은 지금 단일화 압박으로 안 후보를 괴롭힐 게 아니라 단일화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을 어떻게 끌고 갈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 반박근혜' 구도로 가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안철수(혹은 문재인) 대 반 안철수(혹은 반 문재인)' 구도로 가야 승산이 있다"면서 "민주당의 말처럼 두 후보를 빨리 단일화 링에 올리게 되면 아무런 감동도 없게 된다. 결국 지지자들만 급속히 이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을 둘러싼 모든 관심이 단일화로 모아지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단일화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그 의미를 최대한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12월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단일화 효과의 바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겠다는 꼼수"라며 "나쁜 선거전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진민주국가의 정치에서 일상적으로 운영되는 연합정치, 가치연합의 정치를 폄훼하고 매도하는 것은 민주주의 하에서 정당의 지도부가 할 소리는 아니다"고 반발했다.
문 후보로선 단일화에 묵묵부답인 안 후보를 돌아 세우고, 새누리당의 공격까지 막아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