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일 8개월여 만에 오찬을 겸한 독대를 가졌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40여분에 걸쳐 이뤄진 회동 후 각각 브리핑을 통해 내놓은 대화내용의 골자는 크게 태풍과 민생경제, 그리고 강력범죄 대책 등 3가지이다.
이는 모두 국민들의 걱정거리이며 최대 현안들이다. 행정부의 수반과 집권 여당의 실세이자 차기 대권주자가 만나 응당 논의해볼 만한 내용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동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악화될대로 악화된 보수진영의 양대축간 관계설정에 초점이 맞춰있다.
사정이 그렇다. 박 후보는 지난해말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래 줄곧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물론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까지 구속수감되는 상황에서 레임덕이 현실화된 현직 대통령과의 자연스런 결별로 해석됐다.
4·11 총선공천 당시 친이(친 이명박계)계의 와해와 친박(친 박근혜)계의 득세가 극적인 대조를 이루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견해다.
총선승리가 현 정부와의 단절에 따른 반대급부라는 평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먼저 나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후보간 그동안 유지돼온 냉랭한 긴장 관계는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양측 모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이날 모임이 전격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을 필두로 한 친이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처지지만 대선승리가 최대목표인 박 후보로서는 야권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보수세력 결집이 절실하다.
즉 이 대통령과 굳이 마찰을 빚으며 보수세력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속내가 깔려있는 셈이다.
특히 박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근 선전을 하고 있지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여전히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갈등을 계속하는 것은 여론확보에도 당장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도 박 후보와 적절한 관계개선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얼마남지 않은 잔여임기를 큰 혼란없이 마무리하는데 박 후보와 집권여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측근 비리 등으로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될 우려가 높은 여건에서 박 후보와의 적절한 공조체제 구축은 원할한 국정수행에 힘이 될수 있는 것이다.
이날 만남은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회동이 끝난 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언론에 공개한 대화내용은 얼추 30여분 분량. 나머지 1시간10여분간 두 사람의 대화속에는 이처럼 여러가지 미묘한 현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