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는 '참여정부 필패론'을, 국가적으로 민족 문제와 식량위기를 화두로 내걸며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박준영 전남지사가 공식 출마선언 37일 만에 후보직을 중도사퇴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대선에 뛰어들어 경선에 주력하랴, 도정을 챙기랴 1인2역을 해온 박 지사가 본경선을 5일 앞두고 대권의 뜻을 접으면서 '득실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 통과, 자존심 지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예비경선은 국민여론조사 50%, 당원 여론조사 50%로 본선 진출자 5명이 가려졌다.
당내 지지 기반이 허약한데다 뒤늦게 출전한 박 지사가 1인1표제의 악재를 딛고 본경선에 진출하게 된데는 후보들 중 유일한 광주·전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남표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컸다.
'호남 프리미엄'에다 3선 도지사에 현역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정치적으로는 DJ 정신과 호남 자존심을 내세우는 한편 전략적으로는 빅3 후보들이 세(勢) 싸움에 주력하는 사이 차분하면서도 일관되게 정책 공약을 제시하며 밑바닥 표심을 자극한 점도 설득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 변방으로 밀린 호남정치에 미약하나마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에서 대선 전후 정국에서 '호남몫'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친노 그룹이나 486세력에 의한 당 독점화를 견제하고, '호남 필패론'이나 '호남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도 정치 역학적으로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캠프 관계자는 "컷오프 통과는 자칫 '관객'으로 전락할 뻔한 호남정치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측면이 크고, 친노세력 독점화를 견제할 수 있게 된 점도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관가에서도 임기 2년을 남겨둔 현직 도지사의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F1과 적조, FTA 등 굵직한 도정 현안을 챙길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 효과로 받아들여진다.
◆“무모한 도전-호남 한계론” 비등
컷오프를 통과하긴 했지만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등 이른바 '빅3'와의 현격한 격차는 호남 정치의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컷오프 만으로 뿌리깊게 자리한 호남 패배주의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영남 일색인 경선판에서 뒤늦게 출전했음에도 선전한 점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레이스 내내 지지율이 5% 미만에 머문 점은 호남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회의론이다.
모래알 조직화된 지역 정치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지사의 출마와 출정,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결집된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고, 일부 후보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냉소적 반응으로 일관해 지역 정가의 무기력증을 여실히 노출했다.
여기에 양분된 지역 여론도 치유해야 할 문제다.
실제 전남에서는 박 지사 출마 후 "편가르기식 이념대결보다는 국익을 우선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며 지지를 표명한 그룹이 있는가 하면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선출직 의원, 단체장의 무분별한 중도사퇴는 책임있는 지방자치 발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또 본게임을 눈앞에 두고 사퇴함에 따라 "애초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공산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지사측 핵심 관계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다 도정 공백이라는 발등의 불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조기에 경선 레이스를 중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