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2012.08.17 17:44:02
일본이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방침을 우리 정부에 통보함에 따라 그 의도와 향후 절차 및 진행 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정부는 17일 독도 문제의 ICJ 제소 방침을 한국 측에 통보했다. 일본은 조만간 외교채널을 통해 구상서(외교서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 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한 것은 지난 1962년 이후 50년 만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제소에 불응하고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명백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로 영토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독도를 ICJ에 회부하자는 일본 정부의 제안 계획 등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 동의 없는 제소 제안은 효력상실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는 제소 제안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에 'ICJ 규정(statute)'에 가입했으나 36조의 '강제관할권'(강제재판권)을 수락하지 않았다. 강제관할권이란 어느 한 국가가 제소하면 ICJ가 다른 국가에 대해 재판에 참석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때문에 일본이 제소해도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독도 영유권 문제가 ICJ의 사법적 판결 대상이 될 수 없어 독도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실제로 일본은 우리나라가 독도에 등대를 설치하는 등 실효지배를 시작한 1954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이 진행되던 1962년 등 두 차례에 걸쳐 구상서를 우리 정부에 보내 독도 영유권 문제를 ICJ에서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정부는 2차례 모두 "한국은 독도에 대해 처음부터 영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ICJ에서 그 권리를 확인받을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고, 이 제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일본측의 제소 방침은 ICJ 제소 관련 내용을 담은 구상서를 국제사회에 공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공론화하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 일본이 우리의 동의 없이 ICJ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결론은 마찬가지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독도, 국제중재위원회 회부될 일 없어”
일본은 또 우리가 ICJ 제소에 응하지 않으면 지난 1965년 '한일 협정' 체결 때 함께 채택된 '분쟁해결에 관한 교환공문'에 근거해 조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1965년 교환 공문은 한일 양국이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교환한 분쟁해결 각서를 의미한다.
이 각서에 따르면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환 공문과 동시에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서는 '협정의 해석·실시에 관한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로 해결하고 안 될 경우 국제중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독도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 3조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독도 문제가 국제중재위원회에 회부될 일도 없다고 못박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독도는 영유권과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분쟁의 대상이 아니며 청구권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면서 "완전히 별개인 사안이기 때문에 중재위 회부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ICJ 제소를 거부할 경우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어업협정 문제로 거론하거나 민간인 독도 상륙 시도, 해양과학조사 등의 후속조치를 검토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당국자는 "어업협정은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며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영유권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日, 독도 국제사법재판소행…분쟁지역화 의도 명백
일본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꺼내든 것은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어떠한 ICJ 제소에도 응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한국에 ICJ 제소를 제안한 것은 국제적으로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공론화하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ICJ 제소 제안을 과거와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보고 있다"며 "고지도, 고사료 수집 등 우리 영유권 근거 확보를 위한 활동, 국제법적 논리 확고화, 우리 논리 국제적 확산 등의 대응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분쟁해결 조약상의 조정절차를 꺼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이 사실상 분쟁이 있다는 것으로 인정하고 그동안 협의해온 사항이다. 주권 문제인 독도는 아예 분쟁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