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기자 2012.08.01 16:00:20
박종전 사장, 대화로 문제 해결 원해 “노조원 사업장 복귀” 촉구
JW생명과학 근로자 60여명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화학섬유노동조합 JW지회. 총 직원 200여명 중 30% 가량의 인원인 이들 노조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길거리에 나선다.
지난 2월경부터 4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해 왔던 노조 측은 JW생명과학이 5월3일 직장폐쇄를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14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뒤 상경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파업에 돌입한 지 50일 가량 경과한 현재, 회사와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하게 요구사항을 외치며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JW생명과학 노조 파업 50여일
총 파업 선언 이후 이들의 일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말끔한 근무복 대신 붉은색 조끼와 띠를 두르고, 자극적인 선전문구가 적힌 피켓과 함께 생산현장이 아닌 거리로 나서고 있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JW생명과학 공장 앞에 설치된 천막과 도곡동에 위치한 회사 CEO의 집 앞, 본사 앞 등에서 농성과 시위를 벌이며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제약협회, 병원협회, 식약청, 대웅제약, 한독약품 등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관이나 제약회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거래처인 전국의 대형 종합병원 앞에서 자신들이 생산하던 수액제 사용을 중단하라는 1인시위까지 벌이는 등 도를 넘어선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 모습이다.
JW지회의 파업 참여 인원은 60여명. 7월초부터 JW생명과학 본사 앞을 점거한 그들의 안색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월부터 무노동 무임금 적용을 받고 있는 노조원의 과반수 이상이 5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당진 JW생명과학 수액제 생산은 ‘이상 無’
노조가 총 파업을 진행 중인 현재, 당진에 위치한 JW생명과학의 수액공장 상황은 어떨까. 국내 수액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 노조의 파업으로 전체 국내 수액 생산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장 안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다.
당진 수액공장의 경우 생산과정의 대부분이 자동화 공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 이후 회사의 사무직 직원 등 합법적인 대체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GMP 교육 등을 통해 공장 자동화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원들이 공장 안에서 준법 투쟁 하에 태업을 하던 당시에 비해 오히려 생산 효율이 높아졌다”며 “현재 수액 생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년 상반기 수액제 생산량은 약 4000만개로 지난해 상반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 자멸 전략 ‘노조’ vs 하루빨리 복귀해라 ‘회사’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이후 이 회사에는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활동 보장 같은 일반적인 주장에서 그치지 않고 식약청 앞에서 자신들이 생산하던 수액제가 불량품이라고 주장하고, 거래처인 병원을 찾아가 자신들의 회사 제품을 불매해 달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이 용역깡패를 동원해 자신들의 천막농성장을 파괴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일삼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CEO의 얼굴 사진을 담은 현수막, 피켓을 제작하는 등 명예훼손 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이 회사 노조의 행태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JW생명과학 노조의 행동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상생이 아니라 공멸하자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에 회사 측은 노조원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사업장으로 복귀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이 회사의 직장폐쇄가 아니라 노조의 파업상태이기 때문에 사업장 복귀에 법적으로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
박종전 JW생명과학 사장은 “회사는 지금까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직장폐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 측이 파업을 중단하고 언제든지 사업장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제공 없이는 복귀 안할 것”
이 같은 회사 측의 포용의사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은 계속해서 자신의 입장 만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약가인하를 빌미로 회사 측이 임금을 깎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해서 이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회사의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노조 전임자 인정 △조합 사무실 제공 △상급단체(민주노총) 관계자의 자유로운 회사출입이다.
이는 회사 측에서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파업을 통해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 이 문제를 먼저 약속하지 않는다면 상경투쟁을 지속하겠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먼저 노조 전임자 활동과 공장 안에 노조 사무실 제공을 약속하라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상경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노사가 한 마음으로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때
약가인하를 명목으로 제약업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인원 감축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JW생명과학은 이와는 다른 상황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파업과 태업을 반복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것은 이들이 상급단체의 가이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내부적인 노-사 관계에 외부 세력이 끼어들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
실제로 지난 7월11일 서초동 본사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는 △해고 철회 △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철폐 등 이들의 상황과 상관없는 피켓과 구호가 등장했다. 파업중인 노조원 전원이 정규직이며, 해고는 물론 임금 삭감도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정치적인 구호가 나타난 것은 이들과 연대투쟁하는 외부인들이 대부분 해고자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원로들은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 생명수인 수액제를 생산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파업중인 두산유리를 방문해 수액병을 생산해 달라고 설득할 정도로 노사화합의 모범이 되어 왔던 중외의 노사문화가 이처럼 변질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JW생명과학 상경 파업 50일, 지금은 분쟁이 아니라 노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혼연일체가 돼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