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예비경선(컷오프)에 뒤늦게 뛰어든 박준영 전남지사가 본경선행(行) 막차에 올라탔다.
'김대중(DJ) 정신'과 호남표가 원동력이 됐고, 변방으로 밀린 호남 정치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다. 그러나 경선레이스 내내 마이너로 분류되며 1∼2% 안팎의 지지율에 그친 점은 호남 정치, 특히 'DJ적자'를 자부하는 구 민주계의 현실적 한계이자 장기적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컷오프 통과 원동력과 의미
29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예비경선은 국민 여론조사 50%, 당원 여론조사 50%로 본선 진출자 5명이 가려졌다.
당내 지지 기반이 허약한데다 '지각 출전'한 박 지사가 1인1표제의 악재를 딛고 본경선에 진출하게 된데는 우선 8명의 후보 중 유일한 광주·전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남표가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선두그룹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남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는 점과 '3선 도지사'에 현역이라는 현실도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으로는 DJ 정신과 호남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한편 전략적으로는 빅3 후보들이 세(勢) 싸움에 주력하는 사이 차분하면서도 일관되게 정책 공약을 제시하며 밑바닥 표심을 자극한 점도 설득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4약(弱)' 중 한 명으로 분류됐던 박 지사의 본경선 진출은 호남 정계와 관가에 몇가지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 변방으로 밀린 호남 정치에 미약하나마 생명력을 불어 넣은 만큼 본선은 물론 대선 정국에서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호남의 몫을 챙길 수도, '좋은 후보'를 택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친노 그룹이나 486세력에 의한 당 독점화를 견제하고, '호남 필패론'이나 '호남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도 정치 역학적으로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캠프 관계자는 "컷오프 통과는 자칫 '관객'으로 전락할 뻔한 호남 정치를 '선수'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자존심을 세웠다는 측면이 크고, 친노세력 등에 의한 독점화를 견제할 수 있게 된 점도 성과"라고 말했다.
관가에서도 임기 2년을 남겨둔 현직 도지사의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닥권 지지율 한계 노출
본경선에 진출하긴 했지만 '빅3'와의 현격한 격차는 호남 정치의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컷오프 만으로 뿌리깊게 자리한 '호남 패배주의'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영남 후보 일색인 경선판에서 나름 선전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출마선언 직후 내내 1-2% 지지율에 머문 점은 호남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모래알 조직화된 지역 정치권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지사의 출마와 출정, 선거운동 과정에서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결집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일부 후보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냉소적 반응으로 일관해 지역 정가의 무기력증을 여실히 노출했다.
박 지사의 실험이 1차 관문을 통과하긴 했지만 본선에서는 자칫 초라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짙다. 예선에선 '3강-1중-4약' 구도였지만, 본선에서는 '3강-1중-1약' 구도로 굳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컷오프 통과 후 탈락자와의 연대, 호남표 결집이 현실화될 경우 의외의 폭발력을 보일 수도 있지만, 13차례의 지역 순회경선을 통해 '꼴찌'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결코 좋을 게 없다"는 우려감이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컷오프를 통과한 5명의 주자들은 8월25일부터 9월16일까지 전국을 돌며 본경선을 치른다. 본경선은 19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로 실시되며, 마지막 일정인 9월16일 서울 경선 때까지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9월23일까지 결선투표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