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1세대 아이돌 'HOT-젝스키스' 추억을 찾아라!

'응답하라 1997' 90년대 배경인 감성복고 드라마

이상미 기자  2012.07.13 10:21:09

기사프린트

1990년대를 추억한다고 하면, 기성세대는 피식 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복고'라고 하면 7080세대를 주목했지, 90년대는 과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깝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런데 90년대에 '추억', '향수'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타난 드라마가 있다. tvN 감성 복고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다.

9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려키는 시도는 영화계가 먼저 했다.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으며 대학생의 감성을 표현해 냈다. '응답하라 1997'은 1세대 아이돌 'HOT'와 '젝스키스'가 인생의 전부인 고등학생들을 이야기한다.

드라마는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된 1990년대의 부산을 그대로 재현한다. 'HOT' 토니안의 광팬 '성시원'(정은지)과 시원바라기 순정훈남 '윤윤제'(서인국), 에로지존 '도학찬'(은지원), 자체발광 시크릿가이 '강준희'(호야) 등 여섯 남녀 고교생들의 사연을 전한다. 'HOT'와 '젝스키스'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세대 아이돌 빠순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2012년 33세가 된 주인공들이 동창회로 모이게 되고 이중 한 커플이 결혼을 발표하면서 추억에 묻어뒀던 1997년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되살아나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왜 90년대를 추억하려는 것인가. 신원호(37) PD는 "8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9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주요한 문화 소비계층으로 들어섰다. 90년대는 지금의 대중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시기고 이를 떠받들고 있는 주체가 흔히 '빠순이'라 불리는 열성 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한심하다는 시선을 받으며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팬 활동을 해왔다"고 짚었다.

"'남자의 자격'의 한 아이템에서 열성팬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데 그분들의 철학과 세계가 재밌었다. 수면 위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다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IMF 경제위기로 힘들었던 90년대 말과 2008년 세계 경제금융위기 이후의 현 상황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신 PD는 "90년대 말 IMF를 겪으면서 15년을 같이 늙어온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그 기억을 끄집어내 훈훈한 위로의 이야기를 던지는 드라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여러모로 실험적인 드라마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의 팬문화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하지만, KBS에서 케이블채널로 옮긴 신 PD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KBS 2TV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등 주로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한 신 PD의 드라마 도전이라는 측면도 '응답하라 1997'을 지켜보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정통 연기파'라 불릴만한 출연자는 없다. 서인국(25), '에이핑크'의 정은지(19), '인피니트'의 호야(21) 등 주역 대부분이 가수 출신 연기자이거나 연기에 입문하는 아이돌그룹 멤버다. 여기에 90년대 말 아이돌 은지원(34)까지 등장한다. 신선한 캐스팅으로 '모'가 되거나 경험없는 이들의 잔치로 전락해 '도'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신 PD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섭외의 콘셉트는 'PD가 미쳤어요'다. 시청자들에게 소구력을 가진 A급이라는 배우들은 한정돼 있고 그들을 데려오기가 힘들다면 차라리 '꺾는 방법'이 먹힐 때가 있다. '저 사람을 저기다 앉혀?'라는 의외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도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예능이 출연자들을 미리 시험해보기가 힘든 반면 드라마는 오디션이라는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시공을 넘나드는 구성과 반전으로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 또한 눈여겨 봄직하다. 매회 오프닝마다 현재 서른세살인 여섯 명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90년대 학창시절로 시간 여행을 한다. 1990년대 노래, 드라마, 영화, 의상, 유행어를 그대로 고증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15년. 그 시절을 '추억의 시대'로 설정하기에는 짧다면 짧고 충분하다면 충분한 세월이다. 드라마가 교복 입고 '오빠들'을 쫓아다니던 'HOT'와 '젝스키스'의 팬들 뿐 아니라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그때를 간절히 추억하게 할 수 있을까.

일단, 보는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 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24일부터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