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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BBK 가짜편지, 배후 없다”

검찰 “가짜편지 작성 신명·양승덕 개입”…“양승덕·김병진, 공을 세우려고 기획입국설 조작”
정치권 논란 일듯…檢 “증거와 법리로 판단”

김부삼 기자  2012.07.12 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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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른바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 사건 관련자 전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면서 수사를 종결했다. 이같은 검찰의 결론에 대통령 측근 개입의혹을 제기해왔던 야권의 정치공세가 쉽게 수그러들기는 힘들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12일 '가짜편지' 대필자인 신명(51·치과의사)씨와 편지발신자로 알려진 신경화(54·수감중)씨, 편지를 전달·공개한 은진수(51)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홍준표(58)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편지 대필을 지시한 양승덕(59·경희대 교직원)씨와 이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건넨 김병진(66·전 MB캠프 상임특보) 두원공대 총장에 대해서도 각각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신명씨와 경화씨, 홍 전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로, 신씨 형제와 홍 전 의원, 은 전 감사위원, 양 실장, 김 총장의 사문서위조 혐의는 각하 처분을 내렸다. 신명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무혐의 처분했다.

'가짜 편지'는 2007년 11월 김경준(46·수감중)씨가 입국한 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을 상대로 BBK 의혹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김씨의 미국 수감 동료인 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편지의 작성에는 신명씨와 양씨만 개입했고, 편지 전달과정은 신명→양승덕→김병진→은진수→홍준표로 드러났다. 관심을 모은 가짜 편지 배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이 관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조사결과 편지작성 경위는 경화씨가 미국 교도소 수감시절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자다. 내가 증거를 갖고 한국에 가면 MB는 끝난다", "한국에 송환되면 저치권의 도움으로 석방될 것" 등의 경준씨 발언을 동생 신명씨에게 전했고, 신명씨는 이 사실을 양씨에게 토로한 뒤 대필 지시를 받고 마치 경화씨가 경준씨에게 보내는 것처럼 편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가짜편지의 작성 주체와 관련해 양씨와 신명씨는 검찰에서 서로 엇갈린 진술을 했다. 신씨는 양씨가 워드로 작성된 편지 문구를 주면서 형의 명의로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양씨는 신씨가 자발적으로 편지를 작성한 뒤 자신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양씨가 신씨에게 건넨 '편지 문구 출력물'에 김경준씨의 미국내 변호인 이름, 신경화의 수용번호, 신경화의 사인 등을 자필 기재한 점, 2007년 말 수사당시 신명씨에게 편지공개 경위에 대해 허위 진술을 강요한 점 등을 고려해 양씨가 편지대필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명씨는 민주당 측에서 여러차례 만남을 제안해오자 양씨에게 대신 만날 것을 요청했고, 양씨는 민주당이 경화씨에게서 BBK관련 내용을 알고 싶어한 사실을 확인,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을 건네받았다.

양씨는 가짜편지를 김 총장과 한나라당 쪽에 친분이 깊은 사업가 강모씨에게 전했고, 양씨와 김 총장은 한나라당에 가짜편지를 건네 일종의 대가를 요구하기로 했다. 실제로 김 총장은 당시 경희대 교수에서 두원공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양씨는 교육관변단체의 감사직을 요구했지만 개인 신상의 자격미달로 실패했다.

양씨는 경준씨가 민주당과 모종의 약속을 한 후 기획입국한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신명씨에게 작성토록 지시한 후, 김 총장과 함께 한나라당의 은 전 위원과 홍 전 의원에게 찾아가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편지를 건넸다.

편지 내용에는 경화씨가 경준씨에게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그 약속들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등 한국에 송환된 후 정치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은 전 위원은 당초 편지의 진위를 의심하며 김 총장에게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김 총장은 홍 전 의원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오히려 면박만 받았다. 이후 다시 은 전 위원을 찾아가 민주당의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 등을 근거로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하자 은 전 위원은 편지의 신뢰성을 인정해 홍 전 의원에게 편지 폭로를 제안했다.

은 전 위원과 홍 전 의원은 김씨가 당시 민주당의 요청으로 기획입국한 것이라는 주장에 상당한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BBK 기획입국설'을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가짜 편지 사건의 특정 배후나 세력에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신기옥씨 등은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대신 양 실장과 김 총장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 관계자는 "편지는 양씨가 신명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이용해 한나라당 측에 공을 세우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며 "은 전 위원이나 홍 전 의원은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고 하며 면박을 준 점 등에 비춰 한나라당이나 그 관계자가 편지 작성을 기획했거나 편지전달 경위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술 태도나 객관적 정황을 맞춰보면 신명씨의 진술이 양씨보다 신빙성 있고 김 총장과 은 전 위원의 대질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큰 틀은 맞는다"며 "각각의 다른 사람들이 자기 목적에 맞게 동상이몽으로 편지를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자칫 검찰이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입장에서 뭘 감싸고 할 이유도 없고, 증거와 법리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굳이 이 상황에서 감추고 유·불리하게 해석할 수도 없다"며 "이번 BBK 수사 결과로는 이게(수사결과) 팩트지, 그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BBK사건은 김경준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BBK투자자문이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한 뒤 주가조작과 300억원대를 횡령한 사건이다. 김씨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이자 주가조작 및 횡령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