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2012.06.04 17:57:58
민주통합당 임수경(비례대표)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이 4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파문으로 '종북'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처럼 민감한 사건이 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자칫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주도한 '안보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임 의원의 처리를 놓고 당 원내대표와 주요인사간 의견차를 노출하면서 당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임 의원과 민주당에 사과는 물론 당의 책임있는 조치까지 요구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 시점에 발생한 이번 사안에 대해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는데 적극 활용하는 호재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민주 박지원“당차원 조치없다” VS 김한길 “조치 강구돼야”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임 의원의 발언을 개인 차원의 '말실수'로 규정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임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해명을 믿는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임 의원의 발언에 신뢰를 보낸다"면서 "당 차원의 조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임 의원의 발언이 향후 새누리당의 '색깔공세'에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 임 의원의 발언은 "매우 잘못된 언동"이며 "당 차원에서 사실관계 전모를 파악한 뒤 거기에 합당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차원의 조치는 없다"고 밝힌 박 원내대표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인 것이다.
◆새누리·선진당 “민주당 공식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해야”
절호의 기회(?)를 잡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임 의원의 변절자 발언은 탈북자 강제북송을 주장하는 북한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 없다"면서 "임 의원의 반인권적, 반자유민주주의적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직을 내세워 국민을 협박하고 폭언을 가한 것은 개인의 인격 문제를 넘어 국회의원의 자질 문제"라고 지적한 뒤, "임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은 임 의원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의원이 '변절자'라고 표현한 당사자인 하태경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나는 90년대 중반이후 북한의 독재와 반인권 참상을 목격한 뒤로 북한인권운동에 헌신해 왔다"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참상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국내 종북세력이야 말로 역사와 조국을 배신한 변절자들"이라고 주장했다.
황우여 대표도 이날 오후 천안함 위령탑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탈북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일 뿐만 아니라 자유와 평화의 사도"라면서 "(임 의원의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선진통일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임수경 의원을 겨냥,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정림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임 의원이 탈북자들과 하태경 의원에게 '변절자'라고 폭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고 임 의원이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를 했다"며 "임 의원이 사과를 한 만큼, 막말을 직접 들어야 했던 탈북대학생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종북'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백령도를 방문하며 '안보'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충일과 6·25전쟁으로 상대적으로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 6월에 새누리당이 대북·안보 프레임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