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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청탁 의혹, 진실 밝혀질까?

법집행 무시한 판·검사-前의원에 경찰 무릎꿇나

김부삼 기자  2012.03.22 09: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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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 남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기소청탁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답보상태다. 사실상 경찰 수사가 진술서와 전화조사만으로 마무리 될 모양새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경찰의 출석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6일 관련 사건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를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공식적으로 기소청탁 의혹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실속이 없었다는 평이다. 수사를 시작한지 3주나 지났지만 경찰이 손이 쥔 것은 박 검사와 김 판사, 최영운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의 진술서와 전화조사 결과뿐이다.

김 판사의 진술서와 최 검사의 전화조사도 모두 지난해에 있었던 일이다. 결국 최근에 혐의 입증을 위해 확보된 증거(?)들은 박 검사와 최 검사의 진술서 뿐인 셈이다.

관련자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항에서 경찰이 진술서만으로 기소청탁 의혹의 실타래를 풀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례적으로 현직 판·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라는 강한 카드를 빼들었지만 그 효과도 미비하다. 오히려 현직 판·검사에게 경찰이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는게 이유다.

박 검사는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진술서에서 "사건을 배당받은 며칠 후 김 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나경원 의원이 고소한 사건이 있는데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달라'"고 말했다.

박 검사는 "사건이 재배당될 것이기 때문에 재배당을 받은 후임 검사님에게 포스트잇으로 사건기록 앞표지에 김재호 판사님의 부탁내용을 적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판사에게도 제가 출산휴가를 가게 돼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게 됐고 후임검사에게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판사는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에 낸 진술서를 통해 박 검사와의 전화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소청탁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김 판사는 진술서에서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고발 경위를 설명했지만 기소청탁은 하지 않았다"며 "허위내용의 글을 삭제하면 고발을 취소하겠다는 입장만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검사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소청탁 내용을 박 검사로부터 전해 들었는지 여부와 관련,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5일 경찰에 보내온 A7장 분량의 진술서에도 여전히 기소청탁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소환조사 없이는 의혹을 풀 수가 없는 셈이다. 경찰이 계속해서 김 판사와 박 검사, 나 전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찰은 김 판사와 박 검사에게는 26일, 나 전 의원에게는 27일 출석을 요구했다. 김 판사는 세번째 박 검사와 나 전 의원은 두번째 출석요구를 받는 것이다.

이들은 여전히 경찰의 출석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판사는 출석 당일날인 20일 평소와 다르지 않게 자신의 업무를 봤다. 박 검사와 나 전 의원은 불출석에 대해 경찰에 아무런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대질신문은 물론 강제구인까지 검토하겠다며 경찰은 수사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2~3회 이상 출석을 거부할 경우 검사의 영장청구로 법원이 허락할 경우 강제구인이 가능하다.

피고소인 신분인 김 판사와 나 전 의원에 대해서는 강제구인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다만 참고인인 박 검사를 강제구인할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검사 청구와 법원 발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집행될 가능성은 낮다.

경찰이 이들을 소환을 해다고 해서 수사가 일사천리로 마무리 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까지 박 검사의 1차 서면질의서를 제외하면 기소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의미다. 관련자들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면 경찰은 혐의 입증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경찰이 관련자들을 어렵게 출석시켜 조사를 했지만 의혹을 강하게 부인할 경우 사실상 특별하게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수사는 의혹만을 남긴채 검찰로 넘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기소청탁 의혹 사건은 말그대로 의혹만을 증폭시킨채 검찰에 송치될 가능성이 높아만 보인다. 공은 검찰로 넘어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현직 판·검사에 대한 소환조사와 대질신문, 강제구인까지 검토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법집행 기관을 우습게 보는 김 판사와 박 검사, 나 전 의원의 행동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한채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 대상자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현재까지는 관련자들이 출석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달까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며 "검찰 송치 시기는 수사 진척도를 봐서 추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